[자유성] 태양광과 4대강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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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13   |  발행일 2018-02-13 제31면   |  수정 2018-02-13

정부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관은 어떤 정책이나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거의 예외없이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그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큰 사업일수록 시범사업의 필요성은 높다. 이명박정부가 4대강사업을 하면서 이런 절차를 생략하는 것이 당시에 몹시 의아스러웠다. 한 번 손대면 돌이키기 어려운 자연에 전격적으로 중장비를 들이대는 모습이 급한 볼일이 있는 코뿔소를 연상케 했다.

요즘 농촌지역은 어딜 가든 태양광 발전소가 화두다. 주요 도로변마다 태양광 발전소 건설업자들의 광고 현수막이 나부낀다. 태양광 발전소가 안정적인 소득원으로 인식되면서 너도나도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넓은 부지가 필요한 만큼 땅값이 싼 곳을 찾다보니 산이 주요 타깃이 됐다. 나무를 베어내고 굴착기를 비롯한 중장비가 작업하는 곳은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김없이 태양광 패널이 뒤덮는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전국 산지에 태양광 사업을 목적으로 산지 전용 및 사용허가를 받은 면적은 2천600여만㎡(796만평)에 이른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일선 시·군에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위해 산지를 전용하려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생산의 궁극의 목적은 두 말할 나위 없이 탄소배출 자제, 지구살리기다. 따라서 탄소저감장치이자 산소공장인 나무를 베어내고 태양광 발전소를 만든다는 것은 근본적인 모순이다. 이 정부가 오직 탈원전에만 매달리다 보니 생기는 부작용이다.

4대강사업의 공식 명칭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부르는 이가 없다. 문재인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한 4대강 생태계 변화를 정밀 조사한 뒤 16개 보(洑) 철거 등을 포함한 4대강 재(再)자연화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태양광 발전사업에 2030년까지 7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탈원전을 향한 조급증을 반영하듯 밀어붙이기식의 태양광 사업에다 전국적인 난개발이 이뤄지고, 이 사업을 둘러싼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노라면 태양광 발전 사업이 4대강 사업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는 듯 기시감이 든다. 아마 차기 정권은 태양광 전지판으로 뒤덮인 산지를 복원하는 숙제를 안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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