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사회적 가치로 좋은 세상을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2-13   |  발행일 2018-02-13 제31면   |  수정 2018-02-13
20180213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요즘 ‘사회적’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과거 ‘사회적’이라는 개념은 암묵적으로 사회주의와 동일시되거나 사회주의 사상을 함축한다고 해서 불온시된 적이 있었다. 개인의 자유를 무시하고 국가주도의 중앙집권적 통제된 경제활동이 중심이 된 국유화된 경제가 지배하는 공산주의독재를 지지 혹은 합리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였다. 요즈음에는 사회적이라는 개념이 구조적인 불평등의 문제를 의제화하고 사회적 약자와의 공생을 고민하는 사회통합 의미를 담은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 공생적 가치를 중심에 둔 협동과 나눔의 경제로 ‘사회적경제’를 이해하고 또 아직은 낯선 ‘사회적기업’ ‘마을기업’이라는 단어도 인기드라마에 나올 정도다. 그만큼 공생과 공존의 가치가 우리사회의 지배적 가치로 스며들고 있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이 ‘사회적 가치’ 개념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과 함께 더 부각되고 있다. 특히 돈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세계를 움직이게 되니 개혁이라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돈을 움직이는 투자자 혹은 사람들을 설득해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어떠한 형태로든 더 사회변화를 촉진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사회적 가치가 책임져야 할 대상은 현존하는 이 사회다. 사회를 어떻게 통합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 속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적 발전의 지향성을 기조로 해야 한다. 포함해야 하는 분야 역시 인권, 고용, 에너지, 환경, 노동, 윤리, 사회정의 등 우리 모두 잘 살기 위해 삶의 질의 기준으로 만든 생활의 모든 영역이다. 이는 불가피한 전세계적 흐름이다. 독일의 기민당원인 한 친구는 도이치방크에 찾아가서 투자처를 찾다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차별기업임을 알고 도이치방크 주식을 모두 되팔아버렸다. 한 평범한 시민이 사회적 책임투자를 통해 기업의 윤리적 경영에 경종을 울렸다. 우리의 소비자생활협동조합들도 이러한 윤리적 태도가 모여 생산 및 유통의 가치사슬영역에서의 사회적책임을 통한 사회적가치성을 드러낸 사례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의 실천은 기업에 새로운 도전이다. 이윤만이 최고의 가치고 이윤만 내면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던 시장경제에서 이제 ‘다수를 위해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가는’ 다른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엄중한 당위 앞에 서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꾀하기는 쉽지 않으니 전략적으로 이러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공공기관이 ‘모범적이고 선도적으로’ 앞장서 정책, 사업, 업무 등 모든 영역에서 사람의 가치와 공동체적 가치를 담은 사회적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붕어빵 정책처럼 단순히 연말에 연탄 나누고, 벽 칠해주고 사진 찍고 하는 등의 불우이웃돕기 수준에 그치지 말고 지역과의 소통 속에 지역에 꼭 필요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 기부와 자선활동도 좋지만, 더 적극적으로 기관 고유의 역량과 전문성을 살려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할 과제와 방도를 찾으라는 암시다.

공공기관의 실천요령으로 몇 가지를 이야기한다. 사회적가치 전담조직 및 지표 재설계, 사회적경제 물품에 대한 공공구매, 지역사회 개발 및 문제해결을 위한 투자 및 지속사업의 발굴 등이다. 이런 방식으로 공공기관은 설립목적상 공공성을 추구하고 앞으로 인권, 노동, 반부패, 품질경영, 윤리경영, 상생 등 사회적 책임을 더 강화하고 지역에서 주요사업에 공공성을 더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

물론 드러나지 않게 천사같은 역할을 하는, 그런 곳과 기업가들도 많다. 그러나 아직 지역사회 변화와 혁신을 위한 사회적가치의 체계적인 실천경험이 민관 모두 일천하다. 공공기관 경영진들의 책임의식에서 비롯한, 더 많은 지역에 대한 애정과 지역사회개발에 대한 관심, 가난한 자와 약자에 대한 애정, 그리고 공동학습과 유관기관과의 거버넌스 등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미 유엔과 유럽연합에서는 일찌감치 공생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왕성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시작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