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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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13 08:17  |  수정 2018-02-13 08:17  |  발행일 2018-02-13 제27면
[문화산책] 나비효과
김성민<동시인>

올해 겨울은 예년보다 특별히 더 추운 거 같습니다. 추우니까 바깥나들이도 덜 하게 되고요. 요즘 같은 날씨에는 저녁 일찍부터 동네 골목도 썰렁해지지만, 아무래도 놀이터는 더 많이 심심해할 것 같아요. 찬바람만 불어대는 텅 빈 놀이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바람만 타고 노는 그네, 코끼리 닮은 미끄럼틀, 참새 한 마리 날아왔다 금세 날아가 버리는 시소, ‘언제 달려봤지?’ 들판을 달렸던 기억이 가물가물한 스프링 다리 망아지. 모두 놀이터의 주인공, 아이들을 그리워하고 있을 거예요. ‘봄아, 봄아 어서 와라, 얍!’ 주문을 외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봄은 또렷하게 올 거니까 걱정 없습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나면 놀이터는 다시 아이들로 채워지겠지요. 어디에 저렇게 많은 아이가 숨어있었나 싶을 만큼 재잘거리는 소리가 온 동네를 흔들어 놓을 겁니다. 놀기에 정신없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는 젊은 엄마들. 정신없이 놀다가도 잠깐 엄마와 눈을 맞춘 아이들이 짓는 안도의 미소(우리 엄마 조기 있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뒤로 한 채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집으로 돌아가지요. 오늘 처음 사귄 친구가 너무 좋아서 헤어지기 싫다며 우는 아이들. 자연스레 두 아이의 엄마도 친구가 되지요. 어떨 땐 엄마들도 헤어지는 게 싫어 결국 한 집에 모여 함께 저녁을 먹기도 하고요. 퇴근하는 아빠를 발견하고 달려가 안기는 아이들…. “친구야, 안녕, 내일 또 보자.” 놀이터에 비로소 쉴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고 온 동네가 잠잠해집니다. 달그락 달그락 밥그릇에 닿는 숟가락 소리가 창문이나 담을 넘어 나오는, 어쩌면 참으로 경건한 시간이기도 하지요.

지금 강원도 평창에서는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습니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평창에 모여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맘껏 뽐내고 있어요. 지난 2월9일 개막식 공연에서 세계인들에게 보여 준 평화의 메시지는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을 겁니다. 무엇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우리 국민에게 주는 가장 큰 의미는 그동안 꽁꽁 얼어붙어 있었던 남북 관계가 언 강 녹듯 풀리지 않을까 하는 희망입니다. 오늘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나비 효과’가 되어 평화의 봄바람이 우리 한반도에 불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시 한 편 소개해 드릴게요. 봄은 반드시 오고야 말듯이 평화도 그렇게 오면 참 좋겠습니다.

‘나비/ 날갯짓에/ 꽃이 피어나고/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고/ 놀이터가 활짝 기지개를 켜 보고/ 바깥이 궁금했던 아이들 콧구멍이 벌름거리고/ 온 동네가 살아나 기어코 보글보글 끓어 넘치는 것’(‘나비 효과’ 전문)김성민<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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