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스토리가 있는 관광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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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12 08:09  |  수정 2018-02-12 08:09  |  발행일 2018-02-12 제22면
[문화산책] 스토리가 있는 관광상품
엄완용<관광경영학 박사>

2003년 즈음, 모 방송국에서 국민에게 책읽기를 권장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던 때가 있었다. 나 또한 그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당시 그 방송에서 추천한 ‘삼국유사’라는 책을 다시금 펼쳐보았다. 1천500여년 전 고구려, 신라, 백제 삼국과 단군 조선의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는 일연의 ‘삼국유사’는 우리가 비교적 세세히 알고 있는 조선의 역사와는 달리 단군조선과 삼국시대의 스토리를 하나의 콘텐츠마다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어 당시의 역사와 문화, 생활형편을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이제 관광자원을 스토리텔링화하자는 주장은 좀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우리 사회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관광선진국의 유명관광지에 가보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에 비해 별다른 외형적 우수성과 독특성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이는 그만큼 그 관광자원에 대한 스토리가 우수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리고 그 외의 주변적 매력요소를 다양하게 조성하였을 수도 있다.

삼국유사를 읽다보면 우리 지역과 주변의 수많은 장소와 역사에 다양하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말 재미있다. 그런데 우리는 단편적인 스토리만을 알려줄 뿐 그것에 대한 포장을 입히는 것을 꺼려하고 그 외의 주변적 요소에 대한 개발을 등한시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관광객들은 역사책이 대부분 다루는 왕족의 정치이야기 외에 그 시대 일반인의 생활상을 담은 야화에 관심을 더 가진다. 그리고 관광객들은 그 스토리를 다양한 형태로 직접 체험해 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울릉도와 독도를 수호하기 위해 수토사가 파견되었다. 이러한 수토문화와 관련된 역사적 자료와 흔적들이 다양하게 남아 있어, 울릉군과 울진군은 이와 관련된 역사적 보전사업을 펼치고 있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울릉도와 독도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대표적인 관광지다. 그러나 뱃길의 형편에 따라 쉽게 가 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아마 조선시대 수토사도 뱃길의 형편에 따라 며칠씩 발이 묶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는 스토리로 남아 있다. 하지만 단순한 스토리 또는 관련 전시관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돌릴 수는 없다. 스토리와 관련된 체험거리와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바다날씨가 좋지 못해 발길이 묶인 수토사는 울진 구산항 대풍헌에서 동해 넘어있는 울릉도와 독도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관광객들에게 이러한 스토리와 함께 직접 수토사가 되어 바닷길을 나가보는 체험거리와 주변의 특성화된 볼거리를 상시로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엄완용<관광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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