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남북관계 개선 북핵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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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7   |  발행일 2018-02-07 제31면   |  수정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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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지난 1월1일 북한 김정은이 육성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및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이후 남북대화와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1월2일 우리 측은 남북고위급 당국회담 개최를 제의했고, 북한은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고 회담에 호응해 왔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약 2년 동안 단절되어있던 판문점 직통전화와 경의선 군통신선 등 남북소통 채널을 복원했다. 1월9일에는 장관급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렸다. 2015년 12월 이후 2년여 만에 열린 고위급 접촉이라는 점에서 내외의 주목을 끌었다.

이 회담에서 남과 북은 일사천리로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평창올림픽에 북측선수 및 대표단을 파견하고,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문제를 다루기 위한 군사당국간 회담 개최,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 남북간에는 북한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과 선수단 파견 문제 등을 논의하는 차관급 실무회담도 열렸다. 여기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140명 규모의 예술단 공연, 남북여자하키 단일팀 구성, 평창올림픽 공동입장, 금강산에서 남북공동문화행사 및 우리측 스키 선수들의 마식령 스키장 합동훈련 등에 합의했다. 예술단 파견을 위한 현송월 단장 등 북한 측 사전점검단이 서울과 강릉 일원을 돌아봤다. 북한측 선수단 파견을 위한 사전 점검단도 방남하고 우리측의 금강산공연 및 마식령 스키장 점검을 위한 방북도 동해선 육로로 이루어졌다. 미국의 독자제재 논란이 일었던 우리측 아시아나 전세기가 처음으로 원산 갈마비행장에 착륙했다. 마식령에서 공동훈련을 마치고 귀로에는 북측 선수단 32명이 우리 측 전세기에 동승하여 양양공항에 도착하기도 했다.

이처럼 1월초부터 40여 일 동안 남북간에는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상상할 수 없던 상황이 전개되어 왔다. 물론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평화올림픽 개최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남북 소통채널의 복원, 당국간 대화 재개와 합의 도출, 남북간 교류는 남북관계 개선 과정에서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눈앞에 전개되는 것과 같은 현상만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된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진정한 의미의 남북관계 개선이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남북대화와 교류를 통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미북간 대화로 연결시켜 북핵문제가 해결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북한의 태도가 문제다.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이를 더욱 강화할 것임을 천명했다. 미국 본토 어디든 타격 가능한 핵단추가 자신의 책상위에 놓여있음도 밝혔다. 그러면서 평창올림픽을 민족의 올림픽으로 명명하고 성공적 개최를 지원할 것이며, 2018년을 남북관계 개선의 전변의 해로 만들자고 제의했다. 자신들은 핵보유국으로서 평창올림픽에도 참가하고, 남북대화와 교류는 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리측을 향해서는 남북대화를 원한다면 북핵문제는 일절 거론하지 말고 대북제재 공조전선에서 이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 나올 뜻이 없어 보인다. 반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정책 기조 하에 최고 수위의 제재를 이어갈 것이며, 군사적 옵션도 항상 열려있음을 천명한 상황이다.

이제 평창올림픽 이후가 문제다. 한미는 평창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위해 연합연습 일정을 올림픽 이후로 연기했다. 4월에는 한미연합연습이 진행될 것이다. 북한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한미연합연습의 영구 중단,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가 연습을 개시한다면 이를 빌미로 북한은 도발할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는 북한이 핵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북핵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임을 인식하고,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하고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의 자리로 나오도록 견인해야 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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