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생활 속에 파고든 갤러리를 보면서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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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01   |  발행일 2018-02-01 제31면   |  수정 2018-02-01
[영남타워] 생활 속에 파고든 갤러리를 보면서

커피를 즐기는 나에게 요즘 카페에 가면 즐거움 하나가 더 생겼다. 커피만큼이나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갤러리카페 붐이 일면서 카페의 일부를 갤러리로 활용하거나 카페의 벽면 등 빈 공간에 미술작품을 걸어두는 카페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화랑이나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보는 것도 좋지만 카페는 이와는 또다른 감흥을 준다. 아늑하고 세련된 공간에서 여유있게 차를 즐기면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작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호사라고 할 수 있다. 기자처럼 커피와 미술 모두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갤러리카페는 참으로 가성비가 높은 곳이다.

예전에 미술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은 미술관 아니면 화랑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아트페어 붐이 일고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아트페어들이 열리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호텔이라는 좀더 친근감 있는 전시공간에서 작품을 보여주는 호텔페어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대구에서도 대구아트페어, 대구호텔페어가 매년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간에서의 전시는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집에 작품을 걸어두고 즐기는 것처럼 여유를 가지면서 감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백화점에서 옷 구경하듯이 슬쩍 스쳐지나가면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갤러리카페는 아늑한 공간에서 여유롭게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좋아하는 작품이 있으면 이를 보기 위해서 서너번씩 찾아가 보는 경우도 있는데 갖고 싶지만 재정적 부담으로 구매하지 못하는 작품을 마치 집에서 보는 것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카페는 미술인구 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술에 문외한이라도 카페에서 계속 작품을 보다보면 미술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고 나아가 흥미까지 느껴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일도 생길 것이다. 사실 화랑측에서는 갤러리카페가 생겨나는 것이 굳이 반길 일을 아니겠지만 갤러리카페를 통해 미술 애호가들이 많아지면 화랑을 포함해 작가들에게도 두루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갤러리카페는 미술이 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긍정적 신호탄이다. 미술관, 화랑 등 예술공간에 갇혀있던 예술을 생활 속으로 데리고 나와 일반인이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최근 카페에서만이 아니라 병원, 미용실 등에서도 미술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마련해 고객은 물론 직원에게 좀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전시공간이 다양화되고 많아지는 것에 대해 상당수 작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굳이 작품의 판매로까지 이어지지 않아도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을 홍보함으로써 잠재수요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구청을 비롯해 극장,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그림 대여제를 도입해 그 공간을 찾은 시민들에게 다양한 시각예술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대여제는 카페에 갤러리가 생기는 것만큼이나 시민들이 예술을 좀더 가까이, 그리고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예술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술치료는 예술을 통해 마음의 안정, 평화 등 정신적 건강을 찾아주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예술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지쳐있는 현대인의 정신을 건강하게 다져주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예술 애호가로까지 발전해 예술의 가치를 새롭게 마주하고 또다른 행복을 찾는 경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식도 그러하듯이 처음부터 그 맛을 제대로 느끼는 사람은 잘 없다. 특히 깊은 맛이 있는 음식은 자꾸 먹어봐야 그 맛에 익숙해지고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미술을 포함해 모든 예술 역시 자주 접해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갤러리카페가 마중물이 되어 앞으로 예술작품이 생활 속으로 한층 더 깊이 들어오기를 기대한다.

김수영 주말섹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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