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홍준표의 약속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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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31   |  발행일 2018-01-31 제30면   |  수정 2018-01-31
지방분권 개헌 국민투표
지역민들의 간절한 소망
약속은 지킨다는 洪 대표
대구 정치인 되기 위해선
地選 동시실시 이행해야
[동대구로에서] 홍준표의 약속
임성수 정치부장

“홍준표는 약속을 잘 지키는 후보입니다.”

19대 대통령선거 기간이던 지난해 4월 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현 당 대표)의 부인 이순삼씨가 서울 구로지역 유세에서 한 말이다.

홍 대표 역시 스스로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1996년 출간한 ‘홍검사 당신 지금 실수하는 거요’라는 자신의 실화 에세이에서 죄인과의 약속까지도 중요시했다. 홍 대표는 1988년 4월 부산지검 울산지청 검사로 근무할 당시, 30여명의 대규모 마약 사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제보를 한 마약 소매상과의 약속을 일화로 소개했다. 제보자에 대한 지청장의 구속 명령에도 불구, 거듭 요청 끝에 반성문을 쓰는 조건으로 불구속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다.

특히 홍 대표는 이 책에서 “검사는 쉽사리 약속을 하지 않지만 한번 한 약속은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지켜야 합니다. 약속은 의리와도 통합니다. 그러므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건 의리가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검사뿐 아니라 세상사람 모두가 한번 한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게 당연한 노릇입니다. 필요하면 무슨 약속이라도 지킬 듯이 말하고 필요 없어지면 언제 그런 약속을 했냐는 식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라고 썼다.

이처럼 약속을 중시하는 홍 대표가 최근 자신이 한 약속으로 곤경에 처해있다. 지난 대선 때 6·13 지방선거와 지방분권이 포함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겠다고 한 약속 때문이다. 당시 주요 5당 대선후보 모두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했고, 이를 올해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통해 관철시키겠다고 서약까지 했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와 국민투표의 연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시 홍 후보(대표)로부터 서약을 받았던 지방분권 단체들은 연일 한국당과 홍 대표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항의방문까지 할 정도다.

홍 대표도 지방분권을 포함한 개헌을 반드시 올해 내에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개헌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동시에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홍 대표의 속을 들여다보면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높은 투표율이 한국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깔려있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68.4%) 이후 지금까지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60%를 넘지 못했다. 반면, 1987년 10월 실시된 국민투표 투표율은 78.2%였다. 국민투표와 동시에 지방선거가 실시될 경우 ‘반(反)한국당’ 정서가 강한 20~30대의 투표율이 높아져 한국당에 불리할 것이란 해석이다.

이는 역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높은 투표율이 자당 후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별도 국민투표시 소요되는 1천200억원까지 거론하며 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당리당략에 따라 개헌 국민투표의 지방선거 동시 실시 명분이 다소 희석되고 있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홍 대표 스스로가 밝힌 것처럼 한번 한 약속은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지켜야 한다. 지방선거의 패배를 우려, 약속한 국민투표를 미루자는 것은 현명한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국민의 마음을 읽고 국민에게 다가서는 노력이 있다면 홍 대표가 공언한대로 5월 세금 고지서가 나오면 판이 뒤집힐 수도 있다. 노력도 해보지 않고 자신의 약속을 쉽게 저버리는 정치인보다는 위기에도 당당하게 맞서는 정치인을 국민은 바란다.

자유한국당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을 맡게 된 홍준표 대표가 대구로 이사를 올지는 모르겠지만, ‘대구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을 간절히 원하는 ‘대구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임성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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