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盧-MB정부 달랐을까, 닮았을까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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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9   |  발행일 2018-01-29 제30면   |  수정 2018-01-29
친인척 연루된 비리의혹
세무조사,측근소환 먼저
피의사실 유출 망신주기
낯설지않은 스토리 전개
그속에 담긴 함의는 뭘까
[송국건정치칼럼] 盧-MB정부 달랐을까, 닮았을까

등장인물은 다르지만 스토리 전개는 낯설지 않다. 지금 진행 중인 이명박(MB) 전 대통령 수사와 2008년 말~2009년 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는 닮은 점이 있다. MB가 받는 세 가지 혐의 중 국정운영 과정의 일인 국정원·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댓글 의혹 사건을 빼면 더욱 그렇다. MB의 다스 비자금 조성 의혹이나 국정원 특수활동비 유용 혐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과는 관련 없다. 특히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특활비 편취가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악성 개인비리다. 노 전 대통령이 받았던 혐의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에 640만달러를 줬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은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기다리던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선택을 하면서 검찰이 ‘공소권 없음’ 결정을 했고, 수사기록은 봉인됐다.

MB정부 초기인 2008년 11월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사정당국의 여러 움직임이 있었지만 기폭제는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였다. 국세청의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박 회장을 다그쳐 노 전 대통령 일가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MB가 실소유주란 의혹이 있는 다스에 대해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이 있기 전후에도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이뤄졌다. 두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같은 선상에 놓기는 무리가 있지만 사정기관인 세무당국이 검찰과 보조를 맞췄다는 점에선 유사하다. 두 번째 닮은꼴은 9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직 대통령의 주변인물들을 차례로 등장시키면서 종착점으로 점차 압박해 들어가는 검찰 수사과정이다. 참모뿐 아니라 가족·친인척들까지 줄줄이 연루 의혹을 받으며 수사선상에 오르는 점도 그대로다. 세 번째 닮은꼴은 가장 심각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관련자들의 피의사실이 흘러나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 수사 때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 피아제 손목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측에선 “망신을 주기 위한 언론플레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그 언론플레이를 국정원이 기획했다고 나중에 주장한 바 있다. 이번 MB 수사과정에선 “김희중 전 청와대 1부속실장이 국정원 특활비 1억원을 받아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했고, 이 중 3천만~4천만원이 대통령과 함께 외국 출장 중에 명품 가방을 구입하는데 쓰였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폭로(?)가 여당에서 나왔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 여사 명품 구입은) 검찰에서 물어본 적도 없고,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현재로선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난 것으로, 이번엔 MB측에서 ‘망신주기’라며 해당 의원을 고소했다.

왜 이렇게 스토리가 비슷할까. 세 갈래로 생각해 봤다. 첫째, 정권의 도덕성과 연결되는 부패구조의 악순환이다. 대통령 주변에서 사익을 챙기는 방법이 노무현정부나 MB 정부나 둘 다 비슷비슷해서 검찰수사의 흐름도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경우 두 정권 모두 ‘적폐청산’의 대상이다. 둘째, 좌파-우파로 편을 갈라 죽기살기로 싸우고, 졌을 때는 패배를 인정하기는커녕 복수의 칼을 가는 한국정치의 낮은 수준이다. 복수를 하는 방법이 같으니 검찰수사 과정도 판박이 아닐까. 이 경우 두 정권 모두 ‘정치보복’을 했고,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마지막 세 번째 생각 같다.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정권의 도덕성이 엉망인 상태(적폐청산 대상)임에도 자신들의 행세는 모른 채 네탓만 하고 상대를 쳐내는 행태(정치보복)를 반복하는 건 아닐까.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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