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평창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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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7   |  발행일 2018-01-27 제23면   |  수정 2018-01-27
[토요단상] 평창 그 후
최병묵 정치평론가

평창 동계올림픽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번 주 금강산 남북문화행사 선발대가 북한을 다녀왔다.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와 선발대는 25일 남한을 찾았다. 선발대는 오늘 북으로 돌아간다.

키리졸브와 독수리 등 한미 군사훈련 연기, 북한을 상대로 한 과잉 저자세 협상 태도, 일방통행식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의,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중 북한 지원….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2030세대는 남북 단일팀을 호의적으로 보지 않았다.

정부는 북한과 협상 과정에서 시종 우리 국민을 설득하려는 모양새였다. 비판이 일면 ‘장기적 관점에서 이득’이란 논리를 들이댔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르기 위한 ‘희생’ ‘비용’쯤으로 간주했다. 북한의 ‘청구서’가 무리했어도 말이다. 북한의 무례를 무례라 말하지 못했다. 북한에 대한 전쟁 언급을 서슴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대화에 대한 노력 100% 지지”를 언급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정부의 ‘노력’과 북한의 ‘협조’로 평창올림픽 기간 중 북한의 직접 도발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 북한의 열병식이 걸리긴 한다. 어쨌든 ‘북한 변수’가 줄었으니 이제 올림픽을 훌륭히 마무리하는 과제만 남았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은 덤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올림픽은 2월9일에 시작해서 25일에 끝난다. 패럴림픽(3월9~18일)이 있긴 하지만 세계인의 귀와 눈을 사로잡는 올림픽은 2월이면 끝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북한과의 올림픽 협상에서 남북 스키 선수들의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까지 합의했다. ‘평창 이후’까지를 예약한 셈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나고도 ‘이대로’ 남북관계를 가져갈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 계획대로 남북관계가 굴러갈까.

3월 중순쯤이면 미군은 한반도를 향해 이동을 시작할 것이다. 4월1일부터로 예정된 한미 훈련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마식령스키장에서 남한 스키 선수들이 훈련 중인 바로 그때 미군 잠수함이 강릉 앞바다에 나타났다고 가정해보자. 북한의 돌발행동으로 스키 선수들의 신변안전이 당장 위협받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패럴림픽이 끝난 3월19일부턴 군대이동을 본격화할 것이다. 북한은 훈련 ‘연기’가 아닌 ‘중단’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북한으로선 평창올림픽 성공적 개최에 대한 당연한 청구서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노무현정부였다면 큰 고민이 없을지 모른다. 2006년 북한이 첫 핵실험을 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018년 3월은 그때와 판이하다. 미 CIA(중앙정보국)는 이 시점(2018년 3월)을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 주요 도시를 공격할 능력을 갖추게 되므로…”라고 예측했다. 미 CIA의 대응이 한 달 사이에 확 달라질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2월은 ‘인내와 준비’의 기간이고 3월은 ‘압박과 실행’의 기간이 될 공산이 크다.

12년 전엔 대화를 할 여유가 있었다. 핵실험 한번으로 핵무기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화로 시간을 보낼’ 정도로 한가롭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로 합의”(올해 1월4일)했다고 밝힌 것은 의미심장하다. ‘과거 실수’란 대화를 하는 동안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한 사례를 가리킨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각각 6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핵무기를 만들었다. 6차례의 핵실험을 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어 갖고 있다”(실제 북한의 주장)고 해도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때문에 평창 이후의 미국은 평창 이전과 판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북한과 비핵화 대화를 한다 해도 오래 기다려줄 수 없다. 그런 미국을 향해 대한민국은 어떤 카드를 들이밀 것인가. 진실의 순간은 시계추처럼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누군가는 정밀하게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필자의 눈에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최병묵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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