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보수는 왜 궤멸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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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5   |  발행일 2018-01-25 제30면   |  수정 2018-01-25
이명박·박근혜 度넘은 대립
탄핵 정국에서도 계속되고
보수대중도 갈가리 찢어져
진보진영의 적폐청산 칼날
보수의 어디를 찔러도 뚫려
[차명진의 정치풍경] 보수는 왜 궤멸했는가
[차명진의 정치풍경] 보수는 왜 궤멸했는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보복 때문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진보진영은 그 따위 사적인 감정 때문이 아니라 적폐를 청산하라는 국민적 요구 때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 시작해 이명박 수사에 이르기까지 지난 1년간 벌어진 크고 작은 정치적 사건들은 보수궤멸이라는 일관된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친노의 보복’이나 ‘적폐청산’은 이들 사건의 표면적인 이유일 뿐입니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뿌리 깊은 대립으로 인해 보수진영이 분열했고, 그로 인해 적들의 습격을 쉽게 허용할 만큼 큰 구멍이 뚫렸습니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금도를 넘어선 대립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당내 경선에서 시작했습니다. 양 진영은 서로 있는 흠, 없는 흠을 세상에 까발렸고 도저히 화합할 수 없는 앙금을 안게 됩니다. 대권을 장악한 이명박 진영은 1년 후 총선을 앞둔 공천에서 박근혜계를 대량 학살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복수의 칼을 갈았고 이후 당권과 대권을 장악하게 되자 받은 만큼의 몇 배를 돌려줍니다. 4대강과 자원외교를 감사하고 2012년과 2016년 두 번의 공천 과정에서 친이계 근처에 갔던 사람들을 제외했습니다. 선거 때는 대통령이 나서서 진박만을 지원했습니다. 국민은 보수의 분열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집권당은 총선에서 치명적 일패를 당하였고 그 여파는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집니다. 이명박은 탄핵과정에서 박근혜 편을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명박과 가까운 정치인들이 탄핵에 찬성하고 탈당을 했습니다. 보수 대중도 이편 저편으로 갈갈이 찢어졌습니다. 권력을 쥔 진보진영의 적폐청산 칼날은 물 먹은 솜 같이 물러터진 보수진영의 어디를 찔러도 쉽게 먹혀들어가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보수진영은 아직도 갈라져 있습니다. 이명박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지난 5년간 여러 건의 수사로 고통을 받았다”며 박근혜와 자기는 한편이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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