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식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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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4   |  발행일 2018-01-24 제30면   |  수정 2018-01-24
[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식혜
식혜

식혜는 엿기름에 밥을 삭혀 만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음료다. 식혜의 주원료인 엿기름은 보리씨를 발아시켜 만드는데 식혜나 조청, 엿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료다. 엿기름에는 녹말이나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 ‘디아스타아제’ ‘프로테아제’ ‘인베스타제’ 등의 소화효소가 들어있다. 엿기름을 삭힌 식혜는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소화기능을 돕는다. 식혜는 몸이 찬 사람이나 더운 사람 모두에게 효험이 있어 설이나 추석 때 소화가 잘 안 되는 밀가루 음식이나 기름진 전 종류의 음식으로 과식을 했을 때 한 그릇 먹으면 속도 개운해지고 갈증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식혜는 천연소화제임이 틀림없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의하면 수로왕 제사에 ‘술, 감주, 떡, 차’를 올린다는 기록도 있다. 고려시대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실린 ‘행당맥락(杏 麥酪)’의 락(酪)을 식혜나 감주로 해석한다. 1700년대 영조시절의 문헌인 ‘수문사설(聞事說)’에는 “송도의 식혜 맛이 아름답다”며 온돌의 열을 이용해 식혜 만드는 법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좋은 찹쌀이나 상등 찹쌀로 밥을 되직하게 지어 항아리에 퍼 담은 후 엿기름을 끓는 물에 풀어서 고운 채에 받아 가라앉혀 붓는다. 밥이 한 주발이면 엿기름 가루는 한 보시기쯤 해서 끓는 물에 풀어 식기 전에 더운 밥을 붓고 나무숟가락으로 밥알이 상하지 않게 뚜껑을 봉하여 더운 방에 싸둔다. (중략) 찹쌀 식혜는 보기에는 깔끔하지만 맛은 멥쌀 식혜가 낫다”로 나와 있다.

[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식혜
<전통음식전문가>

식혜의 종류는 지역이나 문중마다 큰 차이가 있다. 그중 안동 식혜가 특이하다. 찹쌀을 쪄서 따뜻할 때 잘게 썬 무와 생강을 곱게 채 썰어 엿기름 물을 섞어서 버무린다. 고춧가루를 고운 천에 싸서 동여매어 엿기름 물에 넣는다. 이렇게 삭힌 안동 식혜는 한 그릇을 마시면 속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하고 기침과 감기에 효과가 있어 인기가 좋다. 안동의 학봉 김성일(金誠一) 종가에서는 엿기름에 삭힌 식혜를 밥만 건져 제기에 산 모양으로 가득 담고 북어를 3㎝X2㎝ 정도로 잘라서 한 조각 올린다고 한다. 강원도 강릉지방에서는 생선(가자미, 북어포 등)과 밥, 엿기름을 물에 삭혀서 밥식해를 담아 제사상에 올린다. 여기에 고춧가루는 사용하지 않는다. 전라도 영암의 남평문씨 문익현(文益顯) 종가에서는 제사상에 술을 올리지 않고 식혜를 대신 올린다. 윗대 선조들이 술을 전혀 하지 못해서 술 대신 식혜를 올리게 된 것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동해안에서는 예로부터 생선과 밥에 양념을 섞어 버무려 삭힌 것을 ‘어식해’라 하여 밥 반찬으로 즐겨 먹었다. 요즈음에는 단호박 식혜, 인삼 식혜, 녹차 식혜 등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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