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저체온증 증상·예방법

  • 임호
  • |
  • 입력 2018-01-23  |  수정 2018-01-23 08:14  |  발행일 2018-01-23 제21면
몸을 심하게 떨거나 의식 불분명하다면 저체온증 의심
[전문의에게 듣는다] 저체온증 증상·예방법

우리 몸은 어느 정도 추위에 노출되더라도 근육의 떨림, 혈관 수축과 같은 작용으로 정상 중심 체온(37℃)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추운 외부 환경에 오래 노출되거나 질환이나 약물 등 때문에 신체의 체온조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저체온증에 빠지게 된다. 심정지 환자 등에서 신경학적 예후 개선을 위해 치료 목적으로 시행하는 저체온 요법과 구별하기 위해 예기치 않은 노출 때문에 발생하는 저체온증을 우발성 저체온증이라 한다.


중심 체온이 35℃ 미만으로 내려가면 저체온증 진단
증상 초기엔 혈압 상승하고 맥박 빨라져 인지력 저하
몸 녹이려 알코올 섭취 시 체온 더 빨리 떨어져 ‘악화’



[전문의에게 듣는다] 저체온증 증상·예방법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안재윤 교수

우발성 저체온증은 추운 날씨의 노출 때문에 발생하는 일차성 저체온증과 환경적인 영향 없이 체온 조절 기능에 영향을 주는 질환 등에 의해 발생하는 이차성 저체온증으로 나눠진다.

요즘처럼 영하의 기온이 이어지는 날씨에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저체온증은 대부분 일차성 저체온증에 해당된다. 저체온증은 중심 체온이 35℃ 미만인 경우에 진단되며, 식도나 직장 부위가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적외선 고막 체온계나 구강, 겨드랑이를 통해 측정하는 체온계는 중심 체온을 정확하게 반영하지는 못한다.

가정에서 측정한 체온이 35.5℃ 이상 상승하지 않거나, 기기에서 가장 낮은 수치의 체온을 나타낼 때는 정확한 검사를 위해 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 필요하다.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몸이 떨리는 등의 오한 증상이 먼저 발생하게 된다. 이는 체온을 올리기 위한 몸의 반응으로 초기 체온을 올리는데 주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증상은 진통제나 진정제를 복용 중이면 잘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저체온증 초기에는 혈압이 상승하거나 맥박이 빨라지며, 구음장애(발성 기관에 생긴 기능 이상으로 말하기 어려운 상태), 걸음걸이 이상, 인지력 저하 등의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후에도 체온이 지속해서 낮아지게 되면 의식을 잃게 되며 저혈압, 느린맥 등이 유발되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저체온증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으로 음주와 고령을 들 수 있다. 몸을 녹이려고 술을 마시는 경우 알코올의 혈관 확장 작용으로 일시적으로 따뜻함을 느끼지만, 몸은 열을 더 빨리 잃게 되어 저체온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노인들은 몸을 보호하는 체지방이 부족하고 대사율은 떨어져 있어 저체온증에 쉽게 빠질 수 있다. 특히 홀몸노인의 경우 집안에서 충분하게 난방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저체온증에 빠지더라도 쉽게 발견되지 못하여 심각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저체온증의 치료는 간단하게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추가로 열을 잃지 않게 해 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병원 도착 전 정확한 중심 체온을 알기는 어려우므로 누군가 몸을 심하게 떨고 있다거나 의식이 명료하지 않다면 일단 저체온증을 염두에 두고 몸을 보온해 줄 필요가 있다. 외출할 때는 장갑·모자·마스크 등을 착용하도록 하며, 혹시라도 옷이 젖어 있는 경우라면 마른 옷으로 갈아입혀야 한다.

옷은 두꺼운 옷을 한 벌 입는 것보다 2~3개의 헐렁한 옷을 겹쳐 입는 것이 보온 효과가 더 좋으며 움직이기도 쉽다. 담요가 있다면 몸을 덮어주고, 따뜻한 장소로 빨리 옮겨야 한다.

따뜻한 물을 마시도록 해 탈수를 방지하고 음식을 통해 열량을 공급하는 것도 저체온증의 예방과 처치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저체온증 환자에서 심정지가 발생하는 경우 저체온에 의한 뇌의 보호 효과 덕분에 장시간의 심폐소생술에도 성공적으로 회복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 따라서 따뜻한 곳으로 옮긴 뒤 적극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

전신 저체온증 외에 국소 부위에 동상이 동반되어 있다면 37~39℃의 물에 20~30분간 담그는 것을 추천한다.

너무 온도가 낮으면 동상 부위가 잘 녹지 않으며, 너무 높으면 화상의 위험이 증가한다. 병원에 도착한 이후에는 환자의 증상, 중심 체온 등을 고려해 다양한 재가온 요법뿐만 아니라 저체온증에 따른 합병증의 교정도 동시에 이루어진다. 재가온 요법 중 간혹 쇼크에 빠지는 예도 있으니 경미한 저체온증이 의심되는 경우라도 반드시 병원을 찾아 입원 후 치료받는 것이 필요하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임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