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대구 .14] 신천변 고인돌 유적

  • 임훈,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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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3 07:53  |  수정 2018-01-26 11:36  |  발행일 2018-01-23 제13면
각양각색 고인돌과 주거지…신천변은 청동기인들의 대규모 생활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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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 상류인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냉천리에는 기원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인돌군이 자리하고 있다. 냉천리 고인돌군에서 가장 큰 고인돌은 바위 위에 세사람이 충분히 누울 만큼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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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제일중 교내에 자리한 돌거북은 일제강점기 조사 당시 고인돌로 확인됐다. 바위 위에 난 구멍 여러 개는 선사인들이 다산을 기원하기 위해 뚫은 성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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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변에 위치한 정화우방팔레스 아파트 단지 내에 조성된 ‘상동 청동기 마을’에 고인돌 여러 기가 자리하고 있다. 아파트 건설과정에서 드러난 청동기 시대의 유물과 유적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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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못의 대표적 놀이시설인 아르떼 수성랜드 주차장에는 상동 고인돌군이 자리하고 있다. 고인돌군 주변으로 포토존과 함께 청동기 시대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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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동 청동기 마을’에 이전·복원돼 전시된 석곽묘의 모습. 고인돌의 하부 구조인 석곽묘에는 다양한 부장품도 함께 묻혀있었다.

대구는 고인돌의 도시다. 청동기 시대 지배자 무덤인 고인돌은 불과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대구 전역에 수백여기(3천여기라는 설도 있다)가 자리하고 있었다. 대구시사(大邱市史)는 ‘지석묘(고인돌)군은 1920년대 초기만 하더라도 대구읍성 바깥에 분포해서 장관을 이루었다’고 전한다. 대구역과 달성공원 인근 등 도심지역은 물론 신천과 진천천, 욱수천, 율하천 주변에서도 다수의 고인돌이 발견됐다. 광복 전까지만 해도 대구는 ‘고인돌의 도시’로 불렸을 만큼 엄청난 수의 고인돌이 산재한 고장이었던 것이다.

광복전 ‘고인돌 도시’였던 대구
대구시사 “읍성 바깥 장관 이뤄”
일제강점기 정원석 쓰이며 수난
가창 냉천리 市기념물 8기 산재
수성구 상동 옛 정화여고 자리
청동기 유적·유물 대거 드러나
움집 복원 등 청동기 마을 조성


#1. 고인돌의 도시, 대구

고인돌은 대구 역사의 출발점과 큰 관련이 있다. 대구읍지(大丘邑誌)에는 ‘(대구)건읍 초기 돌거북을 만들어 산등성이에 묻었다. 거북의 머리를 남쪽으로 향하게 하고 꼬리를 북쪽으로 향하게 하여 지맥을 통하게 (중략)’이라고 적혀 있다. 대구읍지에 등장한 돌거북은 현재 중구 봉산동 대구제일중 교내에 자리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제일중의 돌거북은 고인돌로 확인됐다. 돌거북에는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성혈(性穴, 홈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으며, 후대의 것으로 보이는 거북등껍질 무늬가 새겨져 있다.

고인돌을 거북 모양으로 만든 또다른 이유는 산불이 잦았던 앞산의 화기를 잠재우고, 기우제를 지내기 위해서였다. 조선 전기의 문신 서거정이 대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대구 십영’ 중 제3경인 ‘귀암춘운’이라는 시에도 이 돌거북이 등장한다.

안타깝게도 대구지역 고인돌 대부분은 사라지고 없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급성장기를 겪으며 파괴되거나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의 고인돌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의 정원석으로 인기를 끌면서 수난을 겪었다. 또한 경제성장 시기 대구지역 산업단지와 시가지 확장까지 이뤄지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고인돌마저 방치되거나, 그 흔적만 희미하게 남은 경우가 많았다.



#2.청동기 시대의 흔적

고인돌은 청동기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유적이다. 농업생산과 인구 증가를 바탕으로 지배계층이 등장하는 청동기 시대의 생활상을 오롯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인돌은 지배자의 권위를 드러내는 상징이었고, 죽음을 대하는 선사인들의 잠재의식까지 담겨있다. 대구지역 고인돌은 남방식으로, 강화도 등에 자리한 북방식 고인돌처럼 기둥 역할을 하는 고임돌이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고인돌 조성에 대규모 노동력이 동원됐을 것으로 미뤄 짐작했을 때, 대구에는 상당한 세력을 지닌 다수의 집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구지역 고인돌 유적에서는 토기와 석기 등 다양한 유물까지 출토되면서 선사시대 역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대구지역의 여러 고인돌군에서 신석기의 상징인 빗살무늬 토기가 출토됐으며, 석검과 화살촉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다행스럽게도 대구도심을 관통하는 신천 주변에는 고인돌의 흔적이 비교적 잘 남아있다. 신천유역을 중심으로 워낙 수많은 고인돌이 산재했던 데다, 상대적으로 도심 개발이 늦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신천유역의 고인돌 분포는 크게 신천의 서안과 동안 쪽의 것으로 나눠진다. 서안 쪽은 신천을 따라 이천동, 대봉동, 봉산동, 삼덕동 등지에서 고인돌이 발견됐다. 크게는 10여기에서부터 적게는 2~3기가 집단적으로 분포했다. 신천 동안의 수성구 지역에도 고인돌이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었다. 신천을 따라 파동·상동·중동 등지에서 고인돌이 발견됐고, 그 일부가 지금까지 남아 대구의 선사시대 모습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신천 유역 등 하천변에 고인돌이 유달리 많은 것은 청동기인들의 생활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청동기인들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물가에 살았지만, 수해를 피하기 위해 지대가 높은 자연제방 위에 고인돌을 조성하고 집도 함께 지었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물가에는 석재를 공급받을 수 있는 바위절벽 등이 많다. 또한 겨울철 얼어붙은 하천은 큰 바위를 옮기는 통로로 유용하게 사용됐을것”이라고 설명했다.



#3.신천변의 대표적 고인돌 유적

신천 상류 유역인 달성군 가창면 냉천리에는 기원전 1천~3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8기의 고인돌이 자리하고 있다. 대구시기념물 제14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냉천리 고인돌군은 대구에서 청도로 이어지는 30번 지방도 인근이어서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도심과는 떨어진 지역이기에 고인돌군 주변의 풍경은 늘 고즈넉하다. 고인돌군이 자리한 너른 터에는 잔디가 깔려있고, 과수원과 논밭 뒤로 보이는 병풍산과 동학산은 손에 잡힐듯 어른거린다. 냉천리 고인돌군에서 가장 큰 고인돌은 바위 위에 사람 3명은 족히 누울 만큼 거대하다. 큰 고인돌 앞뒤로 각각 3~4기의 고인돌이 자리하고 있다. 고인돌의 모습은 비슷하면서도 제각각이지만, 청동기 시대의 지배자가 가졌을 힘과 권위를 상상하기에는 충분하다.

신천 중류의 수성구 상동 아르떼 수성랜드 부지에도 고인돌군이 자리하고 있다. 수성랜드 서편 유소년축구장을 돌아나가면 주차장 부지가 있는데, 그 한 켠에 고인돌군이 자리하고 있다. 고인돌군 주변은 목책으로 둘러쳐 보호받고 있지만, 평소에는 주차장이 폐쇄돼 있어 인적은 드문 편이다. 비교적 큰 고인돌 5기와 역시 고인돌로 보이는 작은 바위 몇 개가 좁은 터에 모여있다. 고인돌군 주변으로 포토존과 함께 청동기 시대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자리하고 있어 어린이 방문객들이 종종 찾고 있다.

신천이 도심구간을 통과하는 수성구 상동의 정화우방팔레스 아파트 단지 내 공원부지에는 ‘상동 청동기 마을’이 조성돼 있다. 원래 아파트 자리에는 정화여고가 있었지만, 학교가 이전하고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청동기 시대의 유적과 유물이 대거 드러났다. 특히 상동 유적에서만 20동의 청동기 주거지가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청동기 마을에는 고인돌과 고인돌의 하부구조인 석곽묘 3기와 함께 움집 터와 움집 모형이 이전·복원돼 있다. 전시된 고인돌들의 높이는 1m 남짓인데, 사람이 눕거나 앉을 수 있을 만큼 넓다. 고인돌 옆에 재현된 청동기시대의 움집과 집터에는 청동기의 주거 형태가 잘 드러나 있다. 움집은 짚을 엮어 만든 고깔 모양의 지붕이 덮여있어 마치 커다란 삿갓처럼 보인다. 움집 옆에 재현된 집터에는 땅에 반쯤 묻혀있는 토기와 불에 타다 만 나무 등이 함께 전시돼 청동기인들의 생활상을 설명해주고 있다.

글=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도움말=전영권 대구가톨릭대 교수

참고문헌=대구시사, 대구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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