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제왕에서 추락하는 대통령제 이대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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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2   |  발행일 2018-01-22 제30면   |  수정 2018-01-22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재판에
MB마저 사법적 의혹 대상
권력비리 청산 혁명적 상황
법치 통한 전환기 만들어야
제왕적 대통령제 개편 필요
[아침을 열며] 제왕에서 추락하는 대통령제 이대로 안된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지난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청와대는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까지 직접 인용하며 맞대응했다.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전직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이상의 새로운 메시지를 주지 못했다. 적폐청산을 주도하는 현 정부의 대통령 또한 분노의 표출보다는 법치의 원칙을 강조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알다시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시절 권력 비리 혐의에 BBK 관련 수사까지 복합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정치보복론으로 맞대응하기에는 너무 여러 사안이 사면초가 수준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국정원 특활비 수사가 보다 직접적인 위기의식을 느끼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집권 당시의 측근 비서관들이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박근혜정부 시절 ‘문고리 3인방’에 해당되는 측근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결국 측근들 수사를 토대로 추가 기소된 바 있으니, 이명박 전 대통령도 심각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대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직접 대응 치곤 특별한 게 없었다. 이미 측근들이나 자유한국당 등에서 거의 매일 해오고 있는 정치보복론을 전직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제기했을 뿐이다. 국정운영의 최고 위치에 있었던 대통령으로서의 역사적 사실이나 새로운 상황인식 같은 걸 제기하지 못했다. 국민여론에서는 정치보복이 아니라 적폐청산이라는 견해가 압도적으로 높다. 국민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인식을 끌어내지 못한 기자회견은 결국 사법적 압박이 턱밑까지 다가온 데 대한 조급함을 보여주는 것이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집권 여당의 한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특활비로 명품가방을 구입했다는 당시 비서관의 진술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문제가 더 커진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했던 이명박정부의 자화자찬도 동조를 받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측은 당시 정황상 명품가방 구입이 이뤄질 수 없다고 하면서 해당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보수 야당 일부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논두렁시계 사건 프레임을 불러오는 보복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법적 판단을 지켜볼 일이다.

적폐청산이 정치적 공방보다는 법치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정치권은 자기 반성과 제도개혁에 충실해야 한다. 물론 정치세력의 책임과 처벌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치적 공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더라도 적폐청산을 주도하는 집권세력은 법치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맡겨야 한다. 물론 적폐 유산이 남아있는 세력에 적폐청산을 그냥 맡겨둘 수만은 없다는 새 집권세력의 노파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적폐는 ‘살아있는 권력’이 만들어 왔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재판에 이명박 전 대통령도 사법적 의혹 대상이 돼 있다. 두 정권 당시 주요 인사들이 대거 구속돼 있다. 권력비리 청산 차원에서는 가히 혁명적 상황이다. 그러나 기존 법체계를 넘어서는 혁명이 아니라 법치를 통해 혁명적 전환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법치와 권력투쟁이 혼재돼 있다. 권력투쟁에 승리해 청산을 주도하는 세력의 자세가 중요하다.

살아있는 권력이 만들어 온 적폐를 이 정부에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이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있을 때 바로 이 혁명적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제왕에서 권력비리 혐의자로 추락하는 현행 대통령제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 제왕의 권위가 필요한 시대가 아니다. 제왕은 민주공화국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적폐청산의 다음 과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편을 포함한 개헌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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