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함께 밥 먹는 것의 의미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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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2 07:52  |  수정 2018-01-22 07:52  |  발행일 2018-01-22 제18면
“가족 식사·대화, 아이들 사회성·도덕성 발달 긍정적 영향”
음식 나눠 먹으며 사회적 행동 학습
어릴수록 가정에 대한 안정적 애착
집 분위기 바꾸며 행복감 느끼게 돼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함께 밥 먹는 것의 의미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언제 밥 한 끼 하자’는 말처럼 흔한 인사말이 또 없다. 이런 말들을 나누는 사람들이 실제로 밥을 같이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를 일이다. 사실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랜만에 만난 누군가에게 다정함을 표현하는 말이니까 말이다. ‘함께 밥을 먹는 행위’는 내가 불편한 사람에게 쉽게 청하지 못할 일일 것이다. 언제 밥 한 번 먹자는 말이 인사치레라 할지언정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까닭이다.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꾸준히, 끊이지 않고 나오는 소재가 바로 ‘밥’이다. 모르는 이의 집을 무작정 방문하여 밥을 청하기도 하는 한편, 서먹했던 관계의 사람들이 함께 밥을 해먹기도, 낯선 이에게 식사를 대접하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그런 일들이 예의 없는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마음을 열고 함께하는 식사 장면에서 알 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 ‘밥 한 끼’를 소재로 잡은 프로그램은 한국 사회에서의 밥이 그저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네 밥은 곧 소통이다.

마주 보고 식사를 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대화는 식사의 형태만큼이나 다양하다. 막 식사를 시작할 때에는 가벼운 일상의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음식에 대한 기호에서부터 가십거리 등 이야기의 모퉁이를 천천히 돌다가는, 이윽고 내가 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꺼내어진다. 그것은 상대에 대해서 하고 싶었던 조언이 될 수도 있고, 고민을 털어놓는 기회일 수도 있다. 어쩌면 끝까지 가벼운 이야기로만 채워지는 자리가 될 지도 모른다. 그 이야기의 경중을 떠나서, 서로 마주 앉은 가운데 나누는 대화는 두 사람의 관계를 따뜻하게 만드는 기회가 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리고 거부감이 없는 가운데 배움 역시 일어난다. 예로부터 밥상머리 교육이 곧 가정의 인성교육으로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밥상머리 교육은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가운데 대화하고 공감하게 하는 우리나라 전통의 교육 방식 중 하나다. 특히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시간적인 여유가 태부족해진 현대의 사회에서 그나마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밥상머리 교육의 효과는 이미 수많은 학술자료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유아의 인성이나 언어 발달에서부터 중학생의 사회성이나 도덕성의 발달에 이르기까지. 밥상머리 교육이 아이들에게 있어서 단순한 영양을 채워주는 시간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많은 논문에서 밝혀졌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규칙적인 식사시간에서 가정에 대한 안정적인 애착을 가진다. 또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사회적 행동을 학습하는 한편,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사고의 틀을 확장시킬 수 있다. 급속한 신체발달이 이루어지는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영양을 갖추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의 소통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또한 가족과 함께하는 밥상머리 교육이 꼭 ‘교육’적 효과만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식사 자리에서 가족이 간간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빈 컵에 물을 따라 주면서 부족한 반찬거리를 꺼내어 놓고, 혹은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하면서 가족들은 정을 나누게 되고, 따뜻함과 안정감·행복감을 한껏 느끼게 된다. 바빠지는 사회 속에서 탄생되었다고 볼 수 있는 ‘혼밥문화’ 역시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 함께하는 식사에 대한 중요성 역시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개인 사회의 틈새에서 쉐어링 문화가 나타나게 되는 것도 함께하는 것에서 얻을 수 있는 애정을 그리워하는 한 표현이 아닐까.

프랑스로 떠났던 긴 여행에서 이색적으로 느낀 것 중 하나가 식사 시간이 길다는 점이었다. 물론 직장인들의 빠듯한 식사야 우리네와 다를 바 없겠지만, 프랑스식 식당에서 한 시간이 훌쩍 넘는 긴 식사, 느긋하게 음식을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의 시간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 앙트레부터 디저트까지 적어도 세 단계의 순서를 거치는 식사를 경험해 보면서 동행한 일행들과 이례적으로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여행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이야기들이 주는 따뜻한 기분이 아닐까 한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감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하물며 가족은 어떠할까.

새로운 한 해, 첫 달력이 벌써 넘어가려 한다. ‘따뜻한 밥을 함께 하는 행복’을 사랑하는 가족과 나누는 것. 2018년 우리 집의 화목한 식사 시간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교육’이라는 명목을 처음부터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더불어 어른들의 강제적인 통보가 아니라 가족이 모인 가운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간을 함께 약속하는 것도 좋겠다.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는 우리 집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어 줄 것이다. 김견숙<경북대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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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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