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좋은 교육정책과 교육감, 기다리지 말고 시·도민들이 직접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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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22 07:43  |  수정 2018-01-22 07:43  |  발행일 2018-01-22 제15면
[행복한 교육] 좋은 교육정책과 교육감, 기다리지 말고 시·도민들이 직접 만들자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6·13 교육감선거가 130여일 남았다. 교육혁신의 기회가 왔으니 무엇을 혁신할까 생각해 보았다. 학년을 마치면서 생활기록부를 기록하다가 이것도 고쳐야겠다 싶었다. 일년 동안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생활한 학생들이어서 잘 알고 있다 싶지만 막상 기록을 하려고 보면 내가 학생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싶어 기록을 주저하게 된다. 겨우 몇 줄로 그것도 장점을 중심으로 쓰려니 보통 곤란한 일이 아니다. 타 교육청에서는 발달과 성장에 맞추어 통지표를 작성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구는 딱히 이거다 싶은 사례가 없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통지표를 받으면 이게 뭘 말하는지 해석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차라리 점수나 석차로 보여주는 것을 선호한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식의 평가가 정작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도 심각한 교육적폐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교육의 수준은 교사가 결정한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이렇게 교육의 기본이 되는 오랜 관행의 평가방식을 바꾸는 일조차도 어렵다. 교육혁신은 어쩌면 이런 작지만 기본이 되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대구경북교육은 지난 이명박·박근혜정부의 교육정책에 딱 맞추어져 왔다.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1등을 도맡아 왔고 그걸 자랑해 왔다. 심지어는 대구 아이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해졌다고도 한다. 학교 현장에 있는 나로서는 조금도 동의할 수 없다. 이제 8년, 12년 대구경북교육을 이끌던 직선교육감들이 다시 출마하지 않으면서 뻔할 것 같던 대구경북도 관심지역으로 떠오르며 변화와 혁신의 기회를 맞고 있다. 대구경북의 교육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가? 2014년 4·16 세월호의 아픔을 겪고,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을 탄핵시켰으며, 1987년 체제를 극복할 헌법 개정이라는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여기에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현실은 커다란 과제다. 이렇듯 우리 교육은 미래교육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내놓아야 하는 시대적 요구 앞에 있다. 한국교육의 문제는 온갖 경제적·사회적·정치적·문화적 요인들이 얽혀 풀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니 역대 어느 정부도, 어느 교육감도 명쾌하게 풀어내지 못했다. 문재인정부의 교육부도 아직 국민적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교육의 문제를 풀려면 현재의 문제와 미래교육에 대한 혁신의 목표와 방향이 정확해야 하며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목표와 방향, 로드맵과 속도는 어떤 누가 이거다 하고 제시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합의뿐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교육감 후보들은 우선 당선을 위해 참모를 중심으로 눈에 띄는 공약을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의 촛불혁명을 겪은 나라에서라면 학생·교사·학부모를 포함한 시민과 연구자와 실천가들의 참여와 토론, 숙의과정을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 우선 6·13 선거라는 관심과 쟁점이 만들어지는 시기에 우리 지역 교육방향에 대해 다양한 형식의 사회적 토론을 거쳐나갈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정책과 로드맵은 당선 이후에 시민 총역량을 모으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초·중·고를 책임질 교육감을 선출하는데도 정작 교사와 학생들은 이 선거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제한적이지만 누구보다 교사와 학생들의 참여와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혁신의 시작과 완성은 교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진보냐 보수냐의 프레임을 넘어서는 좋은 교육감은 누굴까? 몇 가지를 제안하면 현재 한국 교육의 모순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분이어야 한다. 유·초·중·고 교육의 문제를 풀려면 대학교육의 혁신을 포함한 사회적 모순을 함께 인식하고 풀어가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유·초·중·고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감을 뽑는 선거이지만 유·초·중·고 교사와 대학 연구자들의 상호 토론과 협력을 통해 격이 있는 교육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몇몇 참신한 공약도 중요하지만 종합적인 교육 혁신의 방향과 시스템을 만들고, 속도를 조절하며, 동시에 수업하는 교사를 교육혁신의 중심에 세울 의지와 정책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한 가지 개인적인 바람은 똑똑하고 추진력 있는 잘난 교육감 말고, 시·도민이 가진 총역량을 집중시키고 좀 느리더라도 숙의과정을 거쳐서 합의해 나갈 수 있는 민주주의가 몸에 밴 인물이 나왔으면 좋겠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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