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다키스트 아워·아름다운 별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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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9   |  발행일 2018-01-19 제42면   |  수정 2018-01-19
하나 그리고 둘

다키스트 아워
덩케르크 작전과 윈스턴 처칠


20180119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2017)를 통해 우리가 체험한 것은 새로운 ‘스펙터클’이었다. 이 영화에는 기존 전쟁영화의 서사구조도, 전형적인 주인공도 없고 오로지 ‘덩케르크’만의 방식이 있을 뿐이다. 육지, 하늘, 바다 등 전장 각 공간에서의 급박한 상황과 처참한 풍경을 가능한 한 건조하게 묘사해나간 이 작품은 덩케르크 구출 작전 성공 후, 등장인물들의 에필로그 몽타주 위에 ‘윈스턴 처칠’의 연설문을 얹어 놓는다. 영화의 톤을 다소 흐려놓는다는 평가도 있지만 승리를 향한 강건한 투지를 담은 처칠의 하원 연설문은 사실상 덩케르크 구출 작전의 이념적 모체였다. ‘조 라이트’ 감독의 ‘다키스트 아워’(2017)는 처칠(게리 올드만)을 중심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던 전쟁의 또 다른 국면을 담아낸 작품이다. 조 라이트는 ‘어톤먼트’(2007)에서 이미 약 5분간의 숨 막히는 롱테이크로 1940년 5월 덩케르크 해변의 참담함을 잡아냈을 뿐 아니라 전쟁이 개개인에게 가져온 비극을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극찬을 받았던 감독이다. 이번에는 처칠의 캐릭터와 그를 향한 왕실, 의회 및 국민의 시선은 물론이요 다이나모 작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우아하고도 묵직한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그가 ‘다키스트 아워’를 연출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해낸 셈이다.


‘덩케르크’영화 속 구출작전 이면 밀도있게 담은 실화
처칠의 명연설과 어우러진 게리 올드만 연기 인상적



나치의 도발로 유럽에 전쟁이 발발하자 영국 의회는 통합정부를 구성해 위기를 타개하려 했고, 처칠은 야당이 인정하는 유일한 정치가로서 총리의 자리에 오른다. 그는 끊임없이 나치에 대항해 싸워 이길 것을 강하게 주장했지만, 프랑스마저 수세에 몰리자 평화 회담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갔고, 처칠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을 맞는다. 적군이나 폭격기와 맞닥뜨리고 있지는 않지만 수많은 군인의 목숨을 비롯해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안위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그를 견제하는 세력을 설득하고 국민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처칠은 또 다른 전쟁터 한가운데 서 있는 것과 다름없다. 깊은 고민 끝에 그는 결국 자기의 신념을 밀어붙임으로써 역사가 증언하는 대로 프랑스군을 포함한 약 35만 명의 군인을 영국 본토로 철수시키는 데 성공한다.

‘다키스트 아워’에서 처칠의 연설은 서사의 마디를 구분하고 다시 연결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첫 장면부터 새로 온 타이피스트 ‘엘리자베스 레이튼’(릴리 제임스)을 등장시켜 연설문을 작성할 때 까칠해지는 처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후에도 영화의 중요한 순간마다 연설문 쓰는 장면을 삽입시키며 얼마나 그가 이 작업에 공을 들였는지 묘사함으로써 연설의 의미에 무게를 싣는다. 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을 만큼 뛰어난 문장가로서 그의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말’이 갖는 힘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에서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김윤석)이 확고한 신념을 기반으로 실리와 명분의 싸움을 펼쳤던 것처럼, 이 영화에도 처칠이 평화회담 여부를 놓고 ‘할리팩스’(스테픈 딜란) 자작과 벌이는 설투가 등장한다. 정치적 이권을 차지하려 했던 할리팩스는 처칠에게 동조하지 않지만 여야를 막론한 정치가들이 그의 강렬한 하원 연설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자 결국 이렇게 인정한다. “그는 언어(영어)를 동원해 전투에 내보냈다(He has mobilized the English language and sent it into battle).” 이는 본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3년 처칠에게 명예시민권을 수여하며 했던 말을 대사에 차용한 것이다. 처칠의 연설은 처음에 그를 탐탁지 않아 했던 ‘조지 6세’(벤 멘델슨)와 서민들까지 그의 편으로 만든다. 영화는 두 차례나 차에 탄 처칠이 시장통과 거리의 서민들을 관찰하는 모습을 슬로 모션으로 보여준다. 처칠이 그들의 마음을 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연설에 정치가로서의 카리스마뿐 아니라 국민을 향한 진정성과 허세 없는 책임감이 묻어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총리 취임연설부터 대국민 라디오 연설, 하원연설 등 긴 연설문들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스크린 안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게리 올드만’이라는 명배우다. 그 밖에 조 라이트의 다양한 시각적 장치나 다리오 마리아넬리의 음악은 거들 뿐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기획되고 만들어진 각본이기 때문이다. 캄캄했던 시기에 희망의 빛을 밝혔던 덩케르크 철수작전의 배후가 밀도 있게 담겨 있는 작품이다.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5분)


아름다운 별
당신도 혹시…지구에 온 외계인?


20180119

날씨 예측이 틀리기로 유명한 기상 캐스터 ‘주이치로’(릴리 프랭키)는 어느 날 운전 중에 기억이 사라지는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화성인임을 깨닫게 된다. 이어 만년 알바생 아들 ‘가즈오’(가메나시 가즈야)와 내성적인 미모의 딸 ‘아키코’(하시모토 아이)까지 자신들이 각각 수성과 금성으로부터 왔음을 자각한다. 이후, 무기력하고 건조했던 이들의 삶은 잘못된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목표하에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 찬다. 지구인인 엄마는 가족들의 이상한 행동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하지만, 남편의 건강이 나빠지자 그의 마지막 뜻을 함께하기로 한다.


日 미시마 유키오의 동명소설 원작으로 한 SF영화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 독창적·감각적 영상 돋보여



예측 불가능한 전개, 엉뚱한 캐릭터, 4차원적 대사 등이 때로 실소를 유발하기도 하고 때로 고개를 갸우뚱하게도 하지만 ‘아름다운 별’(감독 요시다 다이하치)은 평범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던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소명을 깨닫고 보다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로 요약될 수 있다. 가족이면서도 서로의 삶과 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이들은 각자의 근본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한층 가까워진다. 이들이 정말 외계인인지, 그들의 착각이었는지는 관객들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 내린다 해도 인간이 거대한 자연의 일부이며 아름다운 별, 지구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큰 주제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서사 및 캐릭터 등에서 엿보이는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세계와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이 잘 어우러진 흥미로운 작품이다. (장르: SF 드라마,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27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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