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성상희 생명평화아시아 공동추진위원장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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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8 08:18  |  수정 2018-01-18 08:18  |  발행일 2018-01-18 제29면
“저소득 아시아國, 韓日의 전철 밟지 않기를”
좀더 인간적인 얼굴 가지면서
타생명과 공존하는 나라 지원
3년여 준비끝에 오는 6월 출범
추진위원 35명·발기인 100명
[이 사람] 성상희  생명평화아시아 공동추진위원장
성상희 변호사가 오는 6월쯤 창립할 생명평화아시아의 목적과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역과 국가를 넘어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지향하는 아시아운동 본부가 6월쯤 대구에 창립된다. 성상희 생명평화아시아 공동추진위원장 겸 ADI(Asia Dignity Initiative·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이사(55)는 대구에 본부를 둔 전국조직 생명평화아시아(이하 생평아)를 창립한다고 최근 밝혔다.

“2015년 6월 생평아 창립에 뜻을 모으고 3년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6월에 발족합니다. 현재 추진위원은 35명이고 발기인은 100명쯤 돼요. 유한목 전 서대구병원 원장이 공동추진위원장인데 추진위원을 50명으로 늘리고자 합니다. 오는 2월말 대구도시철도 3호선 수성시장역 인근에 둥지를 마련해요. 대구환경운동연합,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와 함께 입주할 예정입니다.”

생평아는 생태계 파괴를 막고 환경보전을 위한 조사 연구활동, 핵무기·핵발전 폐기 및 평화군축 사례연구, 생명평화 실천운동을 하는 활동가와 일꾼 양성, 공익재단 설립, 이주민 인권침해 조사 및 아시아 시민단체와의 연대 등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SNS에서 30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지난 3년간 생평아 추진위원은 매달 한번씩 만나 이주노동문제, 동물권, 팔공산구름다리 건립 문제 등에 대해 토의하고 세미나를 열었다. 또 현장답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왜 아시아인가’라고 묻곤 하는데, 우리나라엔 아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이 가장 많습니다.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 저소득 아시아국가가 한국이나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고 좀더 인간적인 얼굴을 가지면서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연대하고자 합니다. 국민소득이 높다고 행복하고 잘 사는 건 아니잖아요. 인간은 자연에 겸허하고 겸손해져야 합니다.”

생평아와 아디(ADI)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넘어 탈국가, 탈민족을 지향한다. 또 모든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존중한다. 개별 국가보다 지역공동체의 삶과 가치를 우선한다. 녹색운동과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자 한다.

성 위원장은 2012년 이후 미얀마를 4차례 방문했다. 수도인 네피도의 샨주(州)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 샨족의 인권침해 조사활동을 하고 미얀마군부 독재 시절 미얀마 내 변호사조직, 인권·시민·재야단체 및 양심수 그룹과 교류했다. 귀국해서는 미얀마헌법을 주제로 심포지엄도 열었다. 이밖에 베트남의 빈딘성, 꽝아이성 등 민간인학살지역을 둘러봤다. 올 4월쯤엔 민변(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주최로 베트남민간인학살 TF를 꾸려 시민평화법정도 개최할 계획이다.

“지난해 미얀마정부의 억압과 차별로 방글라데시로 넘어간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의 인권실태를 파악하고자 민변에서 김기남 변호사를 난민캠프로 파견해 조사활동을 벌이도록 했습니다. 지금도 김 변호사가 활동 중이에요. 작년 11월 김 변호사를 대구로 초청해 ‘로힝야난민 인권침해 실태’ 보고회를 가졌습니다. 생평아에서도 이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거예요.”

법무법인 ‘우리하나로’의 변호사이기도 한 그가 생평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삶의 궤적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 학사경고 누적 등으로 제적된 그는 현장노동자로 일하다 1992년 결혼 후 복학해 대학을 졸업하고 9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다. 이후 98년 고향인 대구로 와 변호사 개업을 했다. 마침 그해 대구참여연대가 발족하면서 참여연대에 가입, 시민단체활동을 했다. 그는 2003년 2·18대구지하철참사 때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으로서 매일 참사현장을 찾아 조사활동을 벌였다. 2005년 소속 법무법인의 후원으로 독일에 2년간 유학을 갔다. 이때 헤이그국제사법재판소와 팔레스타인 분쟁지역 등지를 방문하며 국제인권법, 형사법, 전쟁법 등 국제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하철참사 때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습니다. 또 유학을 하는 동안 법률가로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찾았다고나 할까요. 저에겐 방랑자적 기질이 있는가 봐요. 이젠 사람의 마음과 자연을 살피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생명평화아시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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