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묻다 .3] 이장우 경북대 교수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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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7   |  발행일 2018-01-17 제7면   |  수정 2018-01-17
“중앙정부의 ‘過제도화’ 병폐 끊지 못하면 4차 産革 발전 불가능”

4차 산업혁명의 발전 전략과 정책을 듣기위해 이장우 경북대 교수(경상대학 경영학부)를 만났다. 이 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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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 경북대 교수가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지역혁신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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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 교수는…
서울대(경영학 학사)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학위(경영학)를 받았다. 현재 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과 <사>성공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창조경제연구원 원장,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 위원, 한국경영학회장 등을 역임하고 한국문화산업포럼 공동대표,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신성장특별위원회 정책간사로 4차 산업혁명기에 필요한 혁신성장 관련 정책개발 등 주로 미래지향적 정책개발에 힘쓰고 있다. ‘창발경영’‘벤처경영’‘스몰 자이언트, 대한민국강소기업’‘패자없는 게임의 룰 동반성장’ 등의 저서가 있으며, 지난해 3월에는 ‘퍼스트무버-4차산업혁명의 선도자들’이라는 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 혁신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 삶의 방식이 혁명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법·행정·경제·의학 등을 전공하고 취업해 안전하게 살아 온 기존 방식이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개인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창업·창직시대로 창업형 인간에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질 것으로 봤다. 일류대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말했다.

“지방·민간자율혁신에 달려”
10개 시도 중 1∼2개 성공하는 게
4차 산업혁명시대 ‘게임의 법칙’
관료적 통제 심한 지금 시스템선
실패 용납 안되니 무슨 도전 하겠나

유럽선 민간 자율성 키워 脫관료화
韓流도 제도권 밖에서 탄생·발전
이젠 지방의 사례가 중앙으로 전파
혁신적 지자체가 産革 주도할 것
지방자치·분권 반드시 뒤따라야


“개인 스스로 創職하는 시대”
법·경제·행정·의학 등 전공하고
안정적 직장 갖던 기존 생활 붕괴
공부만 잘해도 취업되는 시대도 끝
혁신인재 육성은 대학의 새 역할
산학협력·교육 방식 등 다 바꿔야


▶10년 전쯤 대구문화창조발전소 추진 초기에 정책 참여를 많이 하셨습니다. 당시 ‘문화창조’라는 용어가 참신했고, 대구를 ‘창조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한 담론들을 많이 제시하셨습니다. 지금 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딱 어울리는 정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구예술발전소를 보면 아쉬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관료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 탓’도 크다고 봅니다. 대구문화창조발전소의 운영은 민간전문가가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하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역할을 다했습니다. 예산확보와 집행에 중점을 두니 제기능을 하기 어렵고 민간주체도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대구에서 창조성을 발휘해 대구가 국제적 창조도시로 탈바꿈하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했었습니다.”

▶정부·지자체의 지나친 간섭이 민간전문가의 입지를 좁힌다는 말씀이시죠.

“한 예로 국가 R&D 예산이 매년 약 20조원 규모인데 평가나 집행 등 소위 관리비용으로 지출되는 비중이 너무 높습니다. 변화나 혁신을 연구하는 실제 연구자나 기관에 가야 할 돈들이 정부가 컨트롤 타워가 돼 R&D사업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쓰는 것은 물론 세상을 바꾸는 혁신에 투자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정부가 형평성과 절차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면 4차 산업혁명은 죽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이 핵심입니다. 지금까지의 시스템과 문화를 다 바꿔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중앙정부의 체계적 정책 수립과 집중적 예산 투자가 가장 확실한 성공방식이지 않았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로 인해 압축성장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나라 시스템의 가장 문제는 ‘과(過) 제도화(over institutionalization)’, 관료주의화에 있습니다. 관료들이 모든 것을 조정·통제하고 형식적 공평성과 합리성을 강조합니다. 재차 말씀드리지만 이 병폐를 극복하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 발전을 불가능합니다. 원래 세상을 바꾸는 혁신 프로젝트는 10가지 혁신시도를 하면 거의 다 실패하고 1~2개 성공할까 말까합니다. 그게 4차 산업혁명 게임의 규칙입니다. 그런데 지금 같은 제도 아래서는 절대 실패를 용인하지 못하니 무슨 혁신적인 시도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미국 실리콘밸리는 이를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유럽도 민간전문가의 자율적 운영을 통해 전문성을 향상하고 관료화를 탈피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정부 산하 연구소에 일임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료적 통제가 심하고 이마저도 전문가가 아닌 낙하산이니 문제가 더 심각합니디. 이 형식을 탈피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은 없습니다.”

▶‘과제도화’의 문제는 공감이 갑니다.

“아시다시피 한류(韓流)는 학교기관같은 제도권이 아닌 제도권 밖에서 발전했습니다. 민간의 자율적이고 혁신적인 도전이 성공한 사례입니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도 기존 관념으로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같이 봐야 합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은 정부가 미리 계획을 짜고 예산을 투입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불특정 다수가 혁신도전을 하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의 성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뭐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정부가 어떻게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정부는 혁신적인 도전이 가능하도록 풍토 조성이나 규제완화 같은 정책에 관심을 둬야 합니다.”

▶국가주도보다는 지역혁신·민간자율혁신을 강조하십니다. 이런 방식이 익숙치 않아 막연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2010년이 변곡점이라고 봅니다. 정치에 매몰돼 새로운 도전과 비전제시에 실패했습니다. 지난 15년간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3만달러시대로 넘어오면서 ‘승자의 저주’에 걸렸다고 봅니다. 대기업을 비롯해 전 경제주체가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지자체가 중앙예산 많이 따오는 방식의 행정으로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지방분권과 지방책임의식 강화가 필요합니다. 세상에 없는 가치를 창출해내야 합니다. 절대로 국가나 중앙정부가 해줄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낡은 관행을 깨고 혁신적인 도전을 하는 지자체가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입니다. 촛불의 힘과 저력을 정권교체로만 그치지 말고 지역혁신, 개인의 창의적인 도전으로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아니라 지역혁신, 개인적 창의성을 강조하시는 군요.

“4차 산업혁명은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자하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밑바닥, 즉 삶의 현장에 있습니다. 지금은 시골에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정보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습니다. 개인들이 자기 삶의 행복을 추구해가는 것이 4차 산업혁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와 분권이 필수요소입니다. 지난 3차 산업혁명처럼 위에서 내려오는(톱 다운) 방식이 아닌 아래서 위로 올라가는(바틈 업)방식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지역에 그만한 역량이 있을까요.

“아닙니다. 우선 대학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지난 40여 년간의 산업화·정보화시대 대학은 지식공급과 전문가 양성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잘해왔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대학에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숙련노동은 자동화로 대체됐고 지식은 일반화된 시대입니다. 기존 대학 기능이 필요없어진 것입니다. 대학이 변하지 않으면 충격적인 방법으로 혁신요구를 받을 것 입니다.”

▶그러면 대학의 새로운 역할은 무엇입니까.

“새로운 가치관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인재 육성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일자리 창출은 어렵습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취업 잘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스스로 개척해야 합니다. 사회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혁신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벽을 허물고 산학협력 방식, 교육방법, 학과편제 등도 다 바꿔야 합니다. 대학이 달라지면 초·중·고도 바뀝니다.”

▶지역발전을 위해선 대학·자자체·기업이 혁신주체가 돼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지금부터 지자체, 기업,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대구시장은 지역대학 총장들을 매일 만나야 합니다. 지역혁신, 기업혁신을 이끌어야 합니다.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혁신사례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과거처럼 중앙정부가 정책을 입안하고 법을 만들어 일사불란하게 집행해서 이뤄지는 게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지역혁신 사례가 중앙으로 전파되는 상향식 혁신이 이뤄져야 합니다.”

▶개인이나 지자체, 지역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시기이군요. 결국 의식변화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결정된 것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과거처럼 정부가 모든 걸 결정하고 지자체나 기업, 개인이 이를 따라가는 시스템은 효과가 없습니다. 개인과 대학, 지역, 지자체가 스스로 도전하고 실험하고 창업하는 등 혁신해 나갈 때 성공확률도 높고 행복감도 커질 것입니다. 스스로 지역발전의 주체가 되는 의식변화가 필요합니다. 지역에서 세상에 없는 가치를 창출해나가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개인혁신, 지역혁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기 삶은 자기 스스로 개척하는 자아실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시대변화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야 합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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