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메디시티 대구, 9년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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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6   |  발행일 2018-01-16 제30면   |  수정 2018-01-16
[취재수첩] 메디시티 대구, 9년
임호기자<사회부>

2009년 4월16일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대한민국의료특별시 메디시티(Medi-City) 대구’ 선포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그로부터 9년이 흐른 지금, 메디시티 대구의 외형은 크게 성장했다. 대구를 찾는 의료관광객은 2012년 7천117명에서 4년 만에 2만1천여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상급종합병원도 4곳에서 현재 5곳(경북대병원·동산병원·영남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으로 늘었다. 의료산업 구심체 역할을 하는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단지)엔 의료 관련 기업만 124곳이 입주해 있다.

이 같은 외적 성장에도 내실을 들여다보면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산토끼 쫓다 집토끼(대구·경북 환자)만 잃고 있다’는 게 대표적인 우려다. 바로 지역 의료계에 만연한 불친절 때문이다. 지역민 가운데 의사의 불친절에 크고 작은 상처를 받은 에피소드 하나둘 정도는 갖고 있다. 반면 지역 의료계는 값싼 건강검진 등을 받기 위해 대구를 찾는 해외 의료관광객에겐 과하다 싶을 만큼 친절을 베푼다.

또 대구 공공의료기관인 경북대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 대구보훈병원, 대구의료원은 지역민이 간절히 원하는 ‘토요일 진료’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요즘 환자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아직도 모르나. 이렇게 푸대접 받을 바엔 시설 좋고 친절한 수도권 병원에 가겠다는 생각이 자연히 든다. KTX·SRT가 있으니 금방 다녀올 수 있다. 이로 인해 서울 등 수도권에 유출되는 지역 환자의 진료비만 해마다 2천억원이 넘는다. 이쯤 하면 ‘메디시티 대구’라는 슬로건이 무색하다. 지역 의료계와 대구시는 대책은커녕 그저 KTX·SRT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해외 우수 의료기관을 유치한다며 추진한 수성의료지구(알파시티)도 투기장으로 변했다. 지난해 수성의료지구에 홍콩계 투자금 1억달러를 유치하겠다며 나선 한 민간 개발시행사가 지역 병원을 상대로 이른바 ‘1대 1 매칭 투자 유치’에 나섰다. 의료시설용지를 조성 원가(3.3㎡당 350만원) 이하로 분양해 줄 테니 홍콩계 투자기업이 체류형 의료관광호텔을 짓는 데 분양가만큼 투자하라는 것. 주변 토지 가격보다 저렴하다는 소문에 ‘묻지 마 투기장’이 되고 말았다.

대구경북 의료산업 메카인 대경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첨복재단) 이사장 공석 사태도 대구시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제2대인 현 이재태 첨복재단 이사장 임기가 오는 18일로 끝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3대 이사장 공개모집 절차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2월 국내 최초의 팔이식수술 성공을 뒤이을 대구 신의료기술 개발과 해외환자 유치의 선봉에 선 대구의료관광진흥원의 재단화작업도 감감무소식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메디시티 대구를 미래의 먹거리라고 늘 말하지만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대구시와 지역 의료계의 언행 불일치가 계속된다면 메디시티 대구는 사상누각이 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임호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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