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패러다임을 바꾸자] 대구 전기차 생산도시 될 수 있나 <하>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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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6   |  발행일 2018-01-16 제6면   |  수정 2018-01-16
대구 전기차 생산도시 도약 “능력은 갖췄다 문제는 사고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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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기 업체인 대영채비 직원들이 생산한 전기차 충전기를 테스트하고 있다. <대영채비 제공>


대구시가 전기차 생산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두 차례 보도 이후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은 “대구가 그럴 능력이 있느냐”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력’은 이미 확인됐다. 그런 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 전기차 관련 산업에 또다시 대구시가 앞서나가는 것은 의지 문제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게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많은 기업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생산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든다면 대구는 전기차 관련 중소기업과 인재가 넘쳐날 것이고, 이는 테슬라 같은 기업의 탄생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제너럴모터스 판매량(996만대)의 1%도 안 되는, 지난해 7만6천대 판매량을 기록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6일 기준 510억4천200만달러로 GM(607억9천300만달러)의 84%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GM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경우도 있었고, 이미 포드(493억7천600만달러)와 닛산(408억2527만달러)의 시가총액을 앞질렀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미래를 준비한다면 현대·기아차로 대표되는 완성차 대기업을 유치할 필요없이 그런 기업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전기차 중소기업 메카, 그리고 이들의 매출을 모으면 대기업을 능가할 수 있는 시대가 대구에서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테슬라가 이룬 기적 같은 현실이 대구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

1 2014년 전기차 개발 토대로
늘어나는 수요 바탕 시장 선도해야


2 생산패러다임 전환 원년
삼보모터스 등 지역 기업 발전 도와야


◆전기승용차 개발에 성공했던 대구

대구의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옛 한국델파이) 기술연구소는 2014년 전기승용차 개발에 성공했다. ‘MEV(Mini Electronic Vehicle)’라고 명명된 이 소형 전기승용차는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 등 대구 중소·중견자동차 부품기업 등으로 구성된 전기차 컨소시엄이 정부 과제로 개발한 미니 전기차다. 한 번 충전(완속 기준 6시간)으로 최대 130㎞를 주행할 수 있고, 최고 속도는 시속 140㎞까지 가능한 제품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현대의 전기차 아이오닉이 2016년 3월에 출시된 점과 비교하면 그보다 2년 앞서 대구에서 전기승용차 개발을 완료한 것이다.

이 소형 전기승용차는 당시 기술적·환경적 한계 내에서 최적화된 저가형 모델(2천600만원대)로 기획, 신규 시장 참여자들이 저비용으로 자체 모델 개발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전기자동차 전용 플랫폼(차체, 섀시, 구동시스템 포함)의 설계 및 공급이 가능하도록 기획됐다. 이를 통해 지역 내 중소·중견 기업을 주축으로 보급형 전기차 사업과 경상용 전기차의 개발 및 보급에 나설 생각이었다.

이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을 개방형 공용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파생 차량 개발이 가능하도록 하고, 신규 참여자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고유모델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했다. 또 다양한 부품업체 및 개발 관련 업체에 자발적이고 능동적 참여 기회를 제공해 수평적인 생태계를 구성토록 유도하고, 개발비 및 원가를 최소화해 제품 개발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표준화된 개발 부품들을 전기자동차 전문 업체들이 쉽게 구매 할 수 있게 돼 양산사업자를 확대하고 생산량을 늘려 전기차 시장을 조기에 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2014년에는 대구에 전기차 수요가 없었던 탓에 전기승용차 개발에 성공하고도 결국 양산 단계로 접어들지 못했다. 이 모델이 생산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대구에 보급된 전기차는 11대가 고작이었고, 2013년에는 한 해 동안 2대가 보급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2015년 50대를 시작으로 2016년 250대, 지난해 2천127대 등 3년간 2천427대가 보급, 그 이전 3년간 총 대수보다 무려 220배 증가했다. 수요도 충분해졌고 기술력이 확인된 만큼 의지를 가지고 사업을 추진해나갈 경우 다른 어떤 지역보다 빨리 시장을 선도해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대구, 생산패러다임 전환 원년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기업은 중국의 BYD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 회사의 출발이 자동차 생산이 아니라 휴대폰용 배터리 생산 기업이었다는 것. 1995년 배터리 업체로 출발한 BYD는 LED와 배터리, 휴대폰·노트북 부품 등 정보기술(IT) 제품 제조 중심으로 성장한 뒤 2003년 중국 친추안 자동차 회사 인수를 시작으로 전기차 생산에 나섰다. 2008년 워런 버핏이 BYD 지분의 10%를 인수하면서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이처럼 대구가 전기차 생산 패러다임을 구축할 경우 기존 자동차 관련 회사뿐만 아니라 IT 분야는 물론 배터리 생산업체까지 다양한 기업군이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2014년 전기승용차 개발 성공으로 당시 참여했던 삼보모터스 등의 기업은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양산 단계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그 개발 과정 동안 참가한 지역의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기술력을 키운 것.

2016년 5월 삼보모터스<주> 이재하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출장을 떠났다. 이유는 한때 GM의 시가총액을 넘어설 정도로 미래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를 만나기 위해서다. 테슬라 측에서 금형·플라스틱 사출 기술을 보유한 삼보모터스에 내외장재 납품을 제의했기 때문. 2천억~3천억원을 투자해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 공장을 세우고 인력을 직접 투입해야 하는 부담 탓에 테슬라의 러브콜을 거절했지만, 세계 초인류 전기차 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은 검증받은 셈이 됐다.

당시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에서 전기차 개발 연구개발을 담당했던

장길현 전 상무(현 계명대 전기에너지과 교수)는 “당시 기술력은 충분했다. 하지만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탓에 생산에 필요한 1천억원을 투자해 판매수요가 나올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양산단계까지 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 전기차 생산기술을 사들인 코스닥 상장업체가 내년도 본격적으로 생산에 나설 정도로 지금도 가성비는 뛰어난 전기차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지역 자동차 관련 부품기업의 기술력도 많이 향상된 만큼 수요가 확인된 지금은 더 뛰어난 전기차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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