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진심을 캐내는 것은 말에 달려 있다(原情在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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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5 07:57  |  수정 2018-01-15 07:57  |  발행일 2018-01-15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진심을 캐내는 것은 말에 달려 있다(原情在辭)

대구 강창교를 지나기 전 이락서당 앞 초장교회 건물에는 영어로 미러클(miracle)이라고 양각으로 붙인 커다란 글자가 있습니다. 그 뜻은 ‘기적’입니다. 지난해 11월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우리나라 국회연설이 떠오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하면서 ‘기적적인(miraculous)’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썼습니다. 대한민국은 1960년보다 360배 증가한 ‘경제 기적’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고 했습니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한국이 자랑스럽다고 극찬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지도자들보다도 더 애국적인 연설을 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위정자들보다도 더 역사적 사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우리 국민의 환심을 샀습니다.

그동안 핵문제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인상을 험상궂게 찌푸리며 험악한 말들을 많이 하였습니다. 무시무시한 공포심을 느끼도록 핵 단추 이야기까지 서슴지 않고 꺼냈습니다. 우리 국민이 보기에는 두 사람 모두 점잖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두 그들 입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 때문입니다.

정조대왕 어록인 일득록에는 ‘원정재사(原情在辭)’라는 글이 있습니다. ‘진심을 캐내는 것은 말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옛날부터 말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말에는 마음속에 쌓여 있는 감정이 자신도 모르게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조대왕은 마음이 태연한 사람은 말이 느긋하고, 마음에 분노가 가득 찬 사람은 말이 사납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원통한 사람은 말이 괴롭고, 마음이 다급한 사람은 말이 횡설수설한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허한 사람은 말이 어지럽고, 마음이 거짓된 사람은 말이 왜곡된다고 했습니다. 말로 나타나는 사람의 마음을 숨길 수는 없습니다. 또 말에 따라서 일을 하다보면 그 행적은 겉으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행동이 조심스러운 이유입니다.

명심보감에도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 같아서 한마디 말이 무겁기가 천금과 같다. 한마디 말이 사람을 중상함은 그 통증이 칼로 베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맹자는 ‘편파적인 말을 들으면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것에 의해서 가려져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음탕한 말을 들으면 그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 것에 빠져 있는지도 알 수 있다. 간사한 말을 들을 땐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올바른 도리에서 벗어나 있음을 알 수 있고, 둘러대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을 하는 사람이 궁지에 빠져 있음도 알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네 가지의 말들은 오직 마음에서 생겨서, 정치에도 해를 끼치게 되고, 사회 속으로 떠돌아다니면서 국론분열도 일으킴을 경고하였습니다.

최근 판사들이 ‘행정처 개XX, 은따(은근히 왕따)시키자. 똥 뿌리는 종자들아, 침 맞아야 할 새X들아. …’ 등의 글들로 서로 다툼을 하여 시끄럽습니다. 국민들은 염려스럽습니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민낯에 자괴감이 듭니다. 그들만의 문체반정이라도 일으켜야 합니다. 판사든 누구든 진심을 캐내는 것은 말에 달려 있습니다. 박동규<전 중리초등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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