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工神으로 가는 비밀노트] 서울대 수시 합격 화원고 3 천동하

  • 이효설,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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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5 07:43  |  수정 2018-01-15 09:17  |  발행일 2018-01-15 제15면
“역사 교수 되겠다” 꿈이 확실하니 학생부 관리·공부도 수월했다
20180115
대구 화원고 3학년 천동하군이 고3 수험생활 막바지에 썼던 파란 볼펜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환하게 웃고 있다. ‘왜 파란 색뿐이냐’라고 묻자 “희망을 꼭 쥐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대구 화원고 3학년인 천동하 학생은 얼마 전 서울대에서 수시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회균등전형(농어촌)에 지원한 천군의 최종 합격 소식에 평소 학생의 학교생활을 잘 아는 교사들도 함께 기뻐했다. 교사들은 천군에 대해 “이루고 싶은 꿈이 분명하고, 학교생활을 누구보다 충실하게 해온 학생”이라고 평가했다.

천군은 서울대는 물론 고려대, 연세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성균관대에 모두 합격했다. 지원학과는 ‘사학과’로 동일했다. 점수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지 않았다.

지난 9일 오후 2시 대구시교육청 동관 위카페에서 천군을 만나 지난 3년간의 고교 수험생활과 합격 비결을 물어봤다.

중학생때 다짐한 ‘역사교수’ 꿈
고려·연세·서울시립·외대·성균관대
지원한 모든 대학의 ‘사학과’에 합격
공부하기 싫거나 문제가 잘 안풀리면
교재덮고 역사책 읽어…스트레스 해소
학생부 내용엔 남다른 관심·열정 빼곡
일본사에 관심 많아 1학년때 논문 작성


교과공부도 소홀히 안해
국어·영어 지문·단어 일일이 옮겨적어
대충 ‘이런 뜻이겠지’ 하고 안 넘어가




▶합격을 축하한다. 요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친척 어른이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일손을 거들고 있다. 친구들과 며칠 동안 일본 여행도 다녀왔다.”

▶무엇보다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가 돋보이는 학생이라고 들었다. 학생부 관리 비결이 있는가.

“중학교 때 어머니가 일본어 일일학습지 교사로 일하셨다. 영어에 별로 흥미가 없어서 혼자 일본어 학습지를 공부했는데, 자연스럽게 일본의 문화·역사에 궁금증이 생겼다. 이때부터 역사책을 이것저것 읽었다. 3년을 보내면서 꿈이 확고해졌다.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것이었다. 목표가 분명하니까 고교에 들어왔을 때 학생부 관리를 하는 일이 수월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천군이 출력해 들고 온 고교 학생부를 건네받아 쭉 살펴봤다. A4 용지 크기의 20페이지 분량이 빼곡하게 기록돼 있었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기록 내용을 관통하는 주제의 일관성이다. 독서활동이든, 창의적 체험활동이든,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든 ‘역사’에 대한 천군의 노력과 관심·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천군이 읽은 책 제목을 보면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최형국), ‘역사평설 병자호란’(한명기), ‘일본직설’(유민호), ‘역사란 무엇인가’(에드워드 카) 등으로 고교생이 쉽게 접근하기에 녹록지 않은 책들이다.

▶비교과활동은 주로 어떤 것을 했나.

“독서활동에 집중했다. 다양한 역사서를 읽었다. ‘아틀라스 일본사’ ‘조선을 탐한 사무라이’ 같은 책은 정말 인상깊게 읽었다. 독서활동은 내가 읽은 책에 대해 직접 학생부에 기술할 수 있어 한 편의 ‘자기소개서’라고 생각하고 적었다. 학생부의 성적이나 창의적체험활동 등 다른 항목은 모두 선생님이 평가하는 것인데, 독서활동만큼은 스스로 기록할 수 있다. 역사라는 학문에 대한 나의 남다른 관심과 소양을 구체적으로 적어 스스로 어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한창 공부해야 할 고3 수험생이 역사서를 찾아 읽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자율학습을 할 때 수학문제가 잘 안풀리거나 공부하기 싫어지면 교재를 덮고 역사책을 꺼내 읽었다. 잠이 올 때도 역사책을 읽으면서 잠을 쫓았다. 오늘 목표한 공부 분량을 마치면 남은 시간엔 책을 읽었다. 읽다보니 사회탐구 공부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시간이 잘 흘러갔다. 친구들이 ‘공부하기도 바쁜데 여유롭게 책을 읽는다’며 신기해 했지만 불안하진 않았다. 이 과정 자체가 학생부 관리고, 사회탐구 공부고,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니까 문제될 게 없었다.”

▶소논문 작성은 고교생이 혼자 해내기에 어려웠을 것 같다. 주제 선정도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많다.

“토요일에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인문학 수업’에 참여해 지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선생님께서 적절한 주제 선정 방법부터 논문 쓰는 방법까지 가르쳐주셨다. 일본사에 관심이 많아 1학년 때 ‘일본 천황의 권력 방향’에 대한 논문을 썼다. 2학년 때는 ‘선조 파천, 정당했나’를 주제로 적었다. 관심사에 대해 쓰니까 국회도서관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관련 책을 읽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슬럼프도 관심사인 역사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

“고2 첫 시험 때 수학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 ‘수학은 포기해 버릴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 번은 선생님한테 이런 속내를 털어놨더니 ‘동하야, 네가 가고 싶은 대학에서 듣고 싶은 교수의 역사 강의를 들으려면 한 과목도 포기해선 안된다.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누구보다 훌륭한 역사 교수에게 역사를 배우고 싶었다. 다시 수학책을 펴들었다.”

▶비교과 이야기만 했다. 교과 공부를 하는 방법을 귀띔해준다면.

“적으면서 공부한다. 국어와 영어는 지문을 한 번 베껴쓴다. 그 위에 모르는 단어의 뜻이나 알아야 할 것들을 일일이 옮겨적으며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영어의 경우 해석도 직접 적으며 한다. 대충 ‘이런 뜻이겠지’하고 넘어가지 않았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한 번 할 때 제대로 공부할 수 있고 잡생각도 없어진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꿈이 있었기에 그만큼 열정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작은 실패에 크게 실망하거나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하루에 몇 시간 잤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몇 시간 자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충분히 자고 수업시간에 졸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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