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TK정치에 바란다] 이준석 (바른정당 서울 노원구병 당협위원장)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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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5   |  발행일 2018-01-15 제6면   |  수정 2018-01-15
“대구의 선거, 보수정치인 꽃길 아닌 젊은 사람 기회의 무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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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인 경북대와 영남대에 강연을 갔을 때 눈길을 끌었던 것이 학교를 뒤덮고 있는 진보인사들의 강연 포스터였습니다. 실제 수요가 있어서 인지, 아니면 홍보하는 측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미래인재들이 보수의 이데올로기를 접할 기회가 적은 상황 속에서 TK(대구·경북)는 앞으로 수년간 탈보수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주목받는 청년 정치인 이준석 바른정당 서울 노원구병 당협위원장(33)이 던진 말이다. 지난 10일 영남일보는 정치 인생 7년차에 접어든 이 위원장을 만나 TK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를 들어봤다. 2011년 만 26세의 나이로 여의도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렸던 TK의 정치 지형도가 변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특히 정치권에 입문한 뒤 ‘박근혜 키즈’로 불리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맹활약했던 이 위원장이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날카로웠다.

영남일보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리는 무술년 새해를 맞아 국회의원을 비롯한 중앙무대에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30~40대가 바라보는 TK 정치 현황과 변화상에 대해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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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가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 많다. 실제로 어떤가.

“과거 보수가 다소 간의 과오나 흠결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세력을 유지하고 정권을 창출할 수 있었던 원인은 세 가지의 영역에서 안정감을 바탕으로 한 비교우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첫째 안보, 둘째 경제, 셋째 교육이다. 이 세 가지 관점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미시적 정책 이슈에서 진보진영이 돌파하려고 해도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바뀌며 선택했던 일련의 ‘좌클릭’ 정책들이 진보진영이 주장해왔던 정책과 대동소이했기 때문에 유권자가 경제적 관점에서 굳이 보수를 선택할 이유가 사라졌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교육사다리의 유지를 지향했던 보수의 교육관 역시 사라진 지 오래다. 시대상이 변하면서 대학을 나와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또한 많아졌다.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와 교육의 전선에서 보수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떨어지다보니 ‘안보보수’라는 매우 좁은 의미의 보수로, 보수의 지형이 줄어든 것이다. 이것이 지금 보수가 겪는 위기의 본질이라고 본다.”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정부와 산업화의 상징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를 보수의 실패로 치환할 필요는 없다. 박근혜정부 내에서 보수의 신망받는 실력가들이 정권을 맡아 운영했다가 겪은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보수진영 내에서 실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친이계(親이명박계)란 이유로, 또 유승민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고 오로지 권력자에게 잘보이려고만 했던 천박한 보수들의 실패는 어찌보면 자명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시대상황이 변한 만큼 TK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찍은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버지의 방식대로 인재를 널리 쓰고 일을 믿고 맡기는 모습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많았다. 해외에서 유학한 인재 한 명이라도 더 모시기 위해 키스트와 카이스트를 설립한 아버지를 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치를 하면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널리 인재를 모으는 덧셈의 정치를 해주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지금 와서도 가끔 허탈감 속에 의미 없는 고민과 반성을 해본다. 이 와중에 생각난 것이 박근혜정부의 첫 대변인이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샀던 윤창중씨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바른말 하기 좋아하는 김종인 전 경제수석이나 이상돈 교수 같은 분이 입각해서 할 말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역 대학 진보인사 강연 봇물
TK 수년간 脫보수화 길 갈 것

새누리당 일련의 정책 좌클릭
차별화 못해 보수지형 좁아져

6월지방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TK의 미래 정치인 육성 여부



▶2016년 총선 기간 TK에서 진박·친박·비박 논쟁을 일으키며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얼굴을 뜨겁게 했던 인사들에 대해 의견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아버지·어머니 및 일가친척이 모두 대구 출신이라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정서를 가까이서 접했다고 생각한다. 여러 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자존심과 산업화를 이끈 지역이라는 자부심이 탄핵사태로 일정 부분 꺾인 것은 사실이지만, 더 비참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에 눌려 차기·차차기 주자가 제대로 성장할 기반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16년 총선 공천심사 시기에 이미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를 왕따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 또 유승민 의원을 형님형님이라고 부르면서 잘 보이려고 했던 정치인이 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다가 바로 급변해서 유승민 의원을 배신자라고 하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정치에 환멸이 들었고 나는 ‘당에 꼭 필요한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애초에 어려운 지역구지만 내 고향인 서울 노원구병을 선택한 이유도 그런 불합리한 공천과정에서의 문제들을 앞으로 살면서 감당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쟁을 거치면서 현재 TK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누가 남아 있는가? 한동안 정권 내에서 TK의 맹주 역할을 해왔던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구속돼 검찰 수사를 받는 위치에 있다. 역설적으로 박근혜정부 내에서 진박 인사들에게 시달리며 악전고투한 유승민 의원, 2전3기의 도전을 통해 대구에서 선출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이제 대구·경북에 남아있는 리더가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TK에서는 지난 몇 년간 정치적 경험은 일천할지라도 당에서 꼭 키우고 싶은 핵심 인재들을 총선을 통해 발탁하지 않았다. 오직 정권에 충성하면서 공천만을 바라보고 온 사람들이 어떤 정치적 역량과 내공을 가지고 대권주자까지 발돋움할 수 있을까.”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계기로 TK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TK는 현재 세대 간의 분화를 겪고 있다. 다소 가부장적일 수 있는 지역 문화 속에서 억압됐던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도 이제 대등하게 취급돼야 한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김부겸 의원의 당선이 의미하는 것이 바로 젊은 세대와의 소통이다. 두 정치인 모두 수도권에서 정치를 경험했기 때문에 권위와 품격만큼이나 소통과 화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얼굴을 가려 놓아도 수도권에서 정치를 한 새누리당 의원과 TK에서 정치를 한 새누리당 의원은 악수하는 것만 봐도 구분할 수 있다는 얘기가 기자들 사이에서 있었다. 유전자가 다른 것이 아니다. 지역에서 그 인재를 길러낸 방식이 다른 것이다.”

▶올 6월 지방선거를 예상한다면.

“개인적인 예측으로는 김부겸 장관은 이미 대구에서 진보정당의 깃발로 당선되는 신화를 한 번 썼기 때문에 대구 선거를 다시 한 번 치르는 것에 대해 큰 정치적 의미를 찾기 힘들 것이다. 이보다는 TK가 젊은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이번 선거에서 미래정치인으로 키워내는지 지켜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누가 되는지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겠지만, 그분들은 이미 정치인생의 정점에 온 분들이다. 대구의 미래를 위해선 얼마나 많은 차기 대구의 리더들이 선거를 통해 한 걸음 더 성장하냐가 장기적으로 중요하다. 앞으로 대구의 선거는 보수정치인들이 ‘꽃길’을 걷기 위해 안착하는 곳이 아닌,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도전을 종용하는 무대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지난 총선에서 김부겸 의원의 대구 당선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고, 그를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되게 만들었다. 반면 중량감에 있어서 뒤처지지 않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최근 대구행은 TK 주민들이 보수정당에 대해 실망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이준석 위원장은?

▲하버드대 경제학·컴퓨터과학 학사 ▲바른정당 서울 노원구병 당협위원장 ▲전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 위원장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클라세스튜디오 대표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대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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