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37.5년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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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1   |  발행일 2018-01-11 제31면   |  수정 2018-01-11

37.5년. 2009년 우리나라 도시 근로자가 월급을 모아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다. 통계청이 가계소득 자료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을 비교한 수치다. 당시 2인 이상 도시 근로자 가정의 연 소득은 평균 3천915만원이지만 저축액은 953만원에 불과했다. 어렵게 모은 돈과 2.3%인 정기예금 이자까지 합쳐도 37.5년을 모아야 서울의 109㎡(공급기준 33평형) 아파트 한 채(5억6천만원)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중반에 취업하더라도 환갑이 넘어야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내 집 마련 9.2년 이야기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11월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의 주택 중위 가격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4억3천485만원이었다. 우리나라 2인 이상 비농가 도시가구의 연평균 소득 4천728만원을 감안하면 중위 가격 주택 구입에는 한 푼도 쓰지 않고 9.2년을 모아야 한다. 이는 일본 도쿄(3억988만원)보다 1억2천497만원이나 비싸다. 미국 뉴욕(4억3천736만원), 워싱턴(4억3천285만원)과 비슷한 수준이고 런던(6억3천800만원)보다는 싸다. 도쿄의 내 집 마련 기간은 4.7년으로 서울에 비해서는 4.5년이 짧았다. 뉴욕과 워싱턴은 5.7년과 4.1년으로 역시 서울보다 짧다.

서울의 집값이 낮은 것이 아니라 소득이 떨어져 내 집 마련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기대치를 강남으로 돌리면 내 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져 간다. 비슷한 면적의 아파트 구입비 10억7천만원을 모으기 위해서는 22.6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청장년이 강남에서 살려면 50세가 넘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체력부터 길러야 할 판이다. 서울의 집값은 올 들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주간 상승률은 0.33%였다. 새해 첫 주의 상승률로는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사실 내 집 마련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기본적인 꿈이다. 과거에는 한푼 두 푼 열심히 모으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요즘은 아니다. 2030세대들이 내집 마련의 꿈을 접을까 두려울 뿐이다.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선택이 필요한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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