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大邱湯을 아시나요?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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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0   |  발행일 2018-01-10 제30면   |  수정 2018-01-10
대구는 육개장의 발상지
따로국밥과 혼재한 탓에
따로국밥·육개장 갈등 야기
大邱湯으로 이미지 통합해
대구를 국밥 메카로 만들자
[동대구로에서] 大邱湯을 아시나요?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은?

난 따로국밥이라고 확신한다. 1980년대까지 따로국밥은 술꾼들의 로망이었다. 그런데 이젠 따로국밥만 있는 게 아니다. 2000년으로 접어들면서 대구육개장이 전면으로 나섰다. 대구육개장 대표 업소는 65년 역사의 ‘옛집육개장’을 필두로 ‘벙글벙글’ ‘진골목’ ‘온천골’ ‘장작불’ ‘조선육개장’ ‘안영감’ ‘참한우국밥’ 등이다. 특히 앞산의 명물식당이 된 대덕식당은 ‘선지해장국’으로 한 시절을 풍미했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다들 소고깃국을 따로국밥으로 통칭해버렸다. 심지어 대덕식당의 국도 따로국밥으로 분류됐다. 어느 날 옛집육개장 김광자 사장이 기자에게 따로국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우리는 육개장집이지 따로국밥이 아니다”라고 정색했다. 벙글벙글도 같은 주장을 했다. 후에 ‘성암골소고기국밥’까지 파생시킨 ‘온천골’은 자기 국을 ‘경상도식 가마솥국밥’이라 했다. 그랬다. 따로국밥과 육개장은 레시피가 각기 별개의 음식이었다. 그런데 우린 너무나 오래 따로국밥의 범주에 모든 소고깃국을 가둬두었다.

최근 대구십미 푸드관광이 부쩍 늘어났다. 타지 미식가의 잦은 질문 하나. ‘따로국밥과 육개장의 차이점은 뭔가’. 김범일 전 대구시장도 그게 궁금해 직원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대구발 소고깃국의 족보’를 정리해 봤다.

대구 소고깃국은 ‘따로국밥·대구육개장·선지우거지해장국’으로 대분류된다. 따로국밥의 탄생지인 국일의 레시피는 이렇다. 사골육수에 무와 대파를 넣고 마지막에 선지와 고추기름을 첨가한다. 일명 ‘장터식 선지육개장’. 따로국밥은 한국 육개장의 혁명이랄 수 있다. 6·25전쟁 때 피란지 대구로 몰린 팔도 국이 충돌하면서 파생된 퓨전육개장의 진수였다.

현재 대구육개장은 따로국밥보다 인프라가 더 탄탄하다. 사골육수 대신 사태와 양지를 이용해 고기 국물을 만들고 거기에 대파와 무를 넣어 끓인 ‘가정식 소고깃국’ 같다. 따로국밥과 대구육개장은 유달리 대파를 많이 사용한다는 게 공통점. 대신 타지에서 선호되는 콩나물·고사리 등은 선호되지 않는다. 후발주자인 조선육개장은 사태를 결대로 찢어 끓이는 게 특징이다. 동아쇼핑 지하로 진출한 장작불은 서울식 육개장과 대구식 육개장의 절충이라서 맛이 아주 단아하다. 종로 진골목은 국물이 아주 걸쭉하기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기자가 다 맛보지 못한 별별 소고깃국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다양한 소고깃국이 존재하는 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대구가 유일하다. 그러니 육개장의 발상지인 대구를 ‘국밥메카’로 붐업시키자. 관련 자료는 충분하다. 그러니 국밥을 스토리텔링하면 큰 반향이 있을 것이다. 동시에 소고깃국을 돼지국밥과 연계시켜 보자.

그런데 급선무 하나가 남았다. 미성당, 교동·남문시장파, 서문시장 삼각만두, 달서구 잎새만두 등을 ‘대구납작만두’로 크게 묶어주듯 단위 업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이미지통합작업 수단도 되는‘통칭’을 정하는 것이다. 나는 감히 ‘대구탕(大邱湯)’의 부활을 제안한다. 대구 출신의 식품사학자 이성우의 ‘한국요리문화사’(1985년 교문사 간)를 보면 “대구육개장이 서울로 올라와 ‘대구탕’이 되었다. 대구탕은 서울식 육개장처럼 고기를 잘게 찢지 않고 고기 덩어리를 그대로 푹 삶아 끓인다”란 대목이 나온다. 육당 최남선도 ‘조선상식문답’에서 대구탕을 대구향토명물로 꼽았다. 일제강점기엔 대구 현지인들도 육개장보다 대구탕이란 말에 더 익숙해져 있었다.

대구탕에는 세 가지 의미망이 있다. 대구육개장은 물론 생선 ‘대구탕(大口湯)’, 육개장의 별칭도 공교롭게도 ‘대구탕(代狗湯)’이다. 참 별스럽고 재밌는 국밥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통칭과 상관없이 업소 고유 명칭은 업주의 자긍심을 위해 그대로 존치시켜야 된다. 대구의 각양각색 소고깃국이 대구탕으로 묶일 날을 고대해 본다.

이춘호 주말섹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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