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서서 어르신 머리손질 “보람 느껴요”

  • 글·사진=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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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10   |  발행일 2018-01-10 제13면   |  수정 2018-01-10
대구 북구 거주 변부옥 미용사
한달 한번 대창양로원 미용봉사
공로 인정 작년 대구시장상 받아
온종일 서서 어르신 머리손질 “보람 느껴요”
변부옥씨가 대창양로원에서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미용을 내 인생의 가장 값진 재능으로 생각하면서 열심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만, 미용이 어떤 봉사보다도 보람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부지런히 다니고 있는 변부옥씨(61·대구시 북구 대현동)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했다.

변씨를 만나기 위해 사할린 동포 등이 거주하는 대창양로원(고령군 쌍림면)을 찾았다. 변씨는 건물 2층에서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하느라 바빴다. 양로원에서 만난 오태선 할머니(86)는 “변 원장이 한 달에 한 번 머리를 손질해 줘 너무 고맙다. 우리가 여기 머무를 때까지 계속 머리 손질을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신월식 대창요양원 원장은 “미용 재능기부는 힘든 봉사입니다. 거의 온종일 서서 어르신 70여 명의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힘든 가위질을 하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한 분”이라면서 변 원장에 대한 칭찬과 고마움을 표현했다.

변씨는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을 찾던 중 미용이 자신에게 가장 맞는 직업이고,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생각했다. 큰아이 손을 잡고 둘째 아이는 등에 업은 채 미용학원에 다니면서 정말 열심히 기술을 익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용 자격증을 취득, 자신이 꿈꾸던 미용실을 오픈했다.

물론 처음에는 서툴고 부족함이 많았다. 그러나 본심으로 가게를 운영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손끝이 매서운 솜씨가 입소문을 타면서 미용실 운영은 많이 좋아졌다. 돈 버는 재미가 쏠쏠해 미용실에 전념하다시피 하면서 두 아이를 향한 손길은 자연스레 줄게 됐다. 돌이켜보면 엄마의 손길이 한창 필요한 시기에 정성을 쏟지 못한 것이 마음 아팠다고 했다. 변씨는 “아이들이 고맙게도 잘 성장해줬고 결혼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니 부모가 성실하고 정직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녀 교육의 근본인 것 같다”고 했다.

남들처럼 여유롭게 장을 보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목욕하는 것이 가장 부러웠다는 변씨는 앞만 보고 달려온 덕분에 생활은 여유로워졌지만 몸이 나빠지면서 22년간 운영했던 미용실을 49세 때 그만뒀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변씨는 “동부여성문화회관에서 봉사자 모집을 한다”는 지인의 소개로 미용 봉사로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변씨는 2010년 고령 대창양로원(매월 첫째 화요일)을 시작으로 영천 성모자애원(매월 셋째 수요일), 안심요양병원(매월 셋째 목요일)에 재능기부를 하고 있으며 첨단요양병원, 동대구요양병원, 다사랑 실버타운 등은 시간을 조절해서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영대병원은 진료접수 봉사(첫째·넷째 목요일)를 하고 있다.

변씨는 “이제는 추억이 되었지만, 어느 무더운 여름날 대창양로원의 협소한 공간에서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도 켤 수 없는 상황에서 미용 봉사를 했을 때와 남자 어르신들의 이발 봉사자가 그만두면서 남자분들의 머리 손질까지 하고 난 후 손이 아팠을 때 가장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추석이나 설을 앞두고 텁수룩한 모습으로 기다리는 사람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고 난 후 단정하고 말끔한 모습을 봤을 때는 너무 보람 있었다”고 했다.

양로원이나 요양원에서 봉사하면 욕심을 버리게 되고, 사는 것이 늘 행복하다는 변 원장은 “팔순을 넘긴 친정 부모님과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리면서 어르신들에게 좀 더 따뜻하게 대하고 정성을 다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봉사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대구시장상을 받았다.

변 원장은 “더 잘하라고 주는 상으로 생각하고 건강이 따라줄 때까지 할 생각”이라면서 “봉사정신이 투철한 후배를 만나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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