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지원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선정 기준도 없는 주먹구구식 지원과 중복 지원 등 무분별한 집행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감사원이 발표한 ‘창업·벤처기업 육성 및 지원실태’에 따르면 중기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은 2016·2017년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발굴된 기술과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위해 지원기업을 추천받았다. 문제는 해당 과제를 수행할 기업과 관련, 구체적인 추천범위나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혁신센터가 임의로 추천기업을 선정한 것.
이에 따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1건,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4건 등 지역에서는 모두 5건의 선정 부적정 사례가 밝혀졌다. 대구와 경북 혁신센터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등 혁신센터 유관기관의 소개만으로 추천기업을 선정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지역 기업 간 연계 과제 수행 기회의 공평성과 선정 과정의 공정성이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추천된 기업에 지원된 정부지원금은 총 4억6천500만원이다. 기업당 적게는 9천200만원, 많게는 1억원 가까이 지원된 셈이다.
중복 혜택을 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전국 테크노파크와 혁신센터의 입주기업 중 98개 기업이 2개 기관 이상에 중복 입주하고 이 중 일부는 각 기관에서 중복 혜택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테크노파크(이하 대구TP)에도 2개 기업이 중복 입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TP에 입주한 A사는 2015년 9월부터 2017년 7월까지 경북대 보육센터에, B사는 2016년 2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영남대 보육센터에 각각 중복 입주해 있었다. 하지만 대구TP는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입주기업에 대해 사업선정 및 지원을 해왔다. 중기청의 ‘창업보육센터 운영지침’에 따르면 입주대상 기업의 주 사업장은 보육센터에 실제 입주하도록 하고 있으며, 연구소나 지사 등만 있을 경우는 입주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다양한 기업에게 보육센터 활용 기회를 제공하고 지원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발생한 일”이라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소벤처부 측은 “혁신센터 지원기업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연계과제에 대한 추천기준을 확립하는 한편 테크노파크 및 보육센터 등에 입주한 기업에 대한 중복 확인 규정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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