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제천화재 현장 지휘가 정상적이었나

  • 장용택
  • |
  • 입력 2018-01-09   |  발행일 2018-01-09 제30면   |  수정 2018-01-09
제천화재 참사를 계기로
소방서장 현장 대응능력
정확하게 파악하고
근무여건도 제대로 조성
자긍심 느끼도록 해줘야
[화요진단] 제천화재 현장 지휘가 정상적이었나

지난해 12월21일 오후에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는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다. 2층 여성 사우나에 있던 사람들이 비상구를 찾지 못해 고장 난 출입문 앞으로 몰려나왔다가 유독가스를 마시고 숨졌다. 사망자 29명 가운데 무려 20명이 2층에서 살려고 몸부림치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 사건을 보면서 왜 이렇게 많은 인명피해가 났을까 하고 의문을 가졌다. 지역 소방공무원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자신들이라면 곧바로 2층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첫 신고를 받고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화재가 심한 상태인 데다 2층 여자 사우나의 경우 습기가 있는 곳이어서 유리창을 깨더라도 갑자기 산소가 유입되면서 화재가 더 크게 번지는 ‘백드래프트 현상’ 발생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설령 백드래프트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맨 먼저 2층 유리창을 부쉈어야 한다는 것이다. 2층 여성 사우나에 있던 플라스틱 바가지에 그을음조차 묻지 않았다는 것은 조기에 진입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방증이다.

지난 6일 제천소방서와 정부합동조사단이 유족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초동대처부실을 사실상 시인했다. “1차 현장도착 당시 구조인력이 없었으며, 당시 2층에 구조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인지했지만 인력부족 등으로 인해 구조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화재 진압작전 지휘관이라면 최소한 구조대원을 현장 출동 당시 데리고 가야 하는 게 기본이다.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 다수의 인명피해를 가져온 원인이다. 현장 지휘책임자인 소방서장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만 했다. 물론 소방력 기준으로 서울은 96%지만 충북과 제천소방서의 경우 절반밖에 되지 않는 데다 제천소방서 소방관의 41%가 경력 2년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일선 소방서장들의 지휘능력은 화재현장에선 절대적이다. 화마로부터 인명을 보호하고 소방관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핵심이다. 하지만 전국 소방서장들의 지휘능력은 어떤가. 일선 소방관들의 평가는 박한 편이다. 소방간부후보생으로 합격한 뒤 소방파출소장(소방위)을 거쳐 40대 중·후반이면 소방서장이 되고 15년 이상을 최고위급간부로 근무한다. 일선 소방서장 가운데 80~90%가 소방간부후보생 출신이다.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창을 들어봤거나 산소통을 비롯한 25㎏이 넘는 무거운 소방장비를 지고 불길 속에 들어가본 경험이 있는 소방간부후보 출신이 드물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일선 소방서장들의 현장에서의 대응능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소방직 공무원의 승진소요연수를 줄여 9급 소방사로 들어오더라도 소방서장으로 진급할 수 있는 길이 그나마 열렸다. 이 정부 들어서 소방공무원 인력을 대폭 증원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목숨을 내걸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일선 소방관들과 구조대의 노고를 잊지 않은 까닭이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공직자 가운데 가장 순수하고 솔직한 심성을 가진 조직이 바로 소방공무원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영웅으로 존경한다.

우리는 제대로 된 근무여건과 환경을 마련해서 소방관들이 자긍심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서 알 수 있듯이 화재설비나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건물주에겐 강한 처벌을 해야 한다. 심지어 소방법을 위반한 건물에서 인명피해가 나면 ‘건물주는 반드시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가정이나 사무실은 물론, 차량에도 소화기를 비치하고 작동법을 익혀야 한다.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키는 게 기본이다. 다중 이용시설에 가서는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 꼭 살피고 비상구가 막혀 있거나 소방시설이 불량하다면 따끔하게 지적하고 해당 관서에 신고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각성을 하게 된다. 정부는 이번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가리는 백서를 만들고 고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억울한 희생이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