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한시적 대구귀환’ 홍준표의 진정성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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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8   |  발행일 2018-01-08 제30면   |  수정 2018-01-08
북구을 당협위원장 신청해
대구를 地選 베이스캠프로
陽地왔다는 부정적 시각은
총선불출마 약속으로 일축
洪의 정치실험에 관심집중
20180108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작년 12월12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홍 대표는 한국당 당협위원장 자리가 비어 있는 대구 북구을, 혹은 달서구병을 맡아 ‘홍준표= 대구 정치인’이란 타이틀로 6·13 지방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한국당에서 대구를 상징하는 정치인이 없으므로 대구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자신이 대구지역의 당협위원장으로 가겠다는 설명이었다. 지방선거를 보수우파와 진보좌파 대결로 몰고 가서 보수우파 부활의 계기로 삼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지역적으로 보수의 심장인 대구의 상징성을 살려야 하므로 대구에 진지(陣地), 즉 베이스캠프를 치겠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홍 대표는 6일 마감한 당협위원장 공모에서 대구 북구을에 신청했다. 또 오늘(8일)부터 전국 순회 신년하례회로 지방선거 행보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그 출발지가 대구(엑스코)와 경북(경주 화백컨벤션센터)이다.

홍 대표의 ‘대구 귀환’을 놓고 흘겨보는 시선들도 있는 것 같다. 대구에서 일단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으면 2020년 총선에 당연히 나올 것이고, ‘TK 국회의원’을 기반으로 다음 대권 행보를 하겠다는 수순일 거라는 수군거림을 주변에서 꽤 들었다. 당 대표가 왜 험지(險地)로 가지 않고, 양지(陽地)에서 편하게 정치하려고 하느냐는 주장이다. 대구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홍 대표가 태어난 곳이 경남 창녕이고 경남도지사를 지낸 점을 들어 ‘TK 정치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기류가 엿보인다. 만일 홍 대표가 이번에 북구을 당협위원장을 꿰찬 뒤 지방선거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서 2020년 총선행보에 나선다면 ‘대구 귀환’의 진정성은 없다. 대신,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더 달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구에 직접 깃발을 꽂아 민심을 규합해 본거지를 든든히 한 상태에서 수도권을 포함한 전체 선거를 진두지휘한 뒤 대구를 떠난다면 진정성이 있다.

홍 대표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이 말은 꼭 써 달라. 대구 분들이 제 뜻을 분명하게 아셔야 한다”고 몇 차례 당부한 대목이 있다. ‘당협위원장을 맡고 난 이후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건 확실하게 해 두자. 제가 21대 총선 때 대구에 출마하기 위해 가려는 건 절대 아니다. 대구가 흔들리면 온 나라가 흔들린다. 대구를 안정시켜야 하고, 그 때문에 제가 대구로 가는 거다. 지방선거 이후엔 21대 총선에 대비해서 대구의 훌륭한 사람을 영입하려고 한다. 그 사람에게 지역구를 물려줘서 총선에 출마하게 할 생각이다.” 필자는 이 말을 믿는 편이다. 실제로 홍 대표가 다시 금배지에 욕심이 있다면 2년도 더 남은 총선이 아니라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서울 송파구을 보궐선거를 노리지 않을까. 송파구을은 20대 총선 때는 공천파동이 일어나 새누리당 후보가 없었고, 그 이전 17~19대 총선에서 모두 한국당 계열이 당선된 곳이다. 홍 대표가 15대 총선 때 첫 금배지를 단 지역구도 인근인 송파구갑이었다.

홍 대표가 ‘대구로 간다, 그렇지만 대구에서 출마하진 않는다’는 약속을 지킨다면, 그의 한시적 대구 귀환은 보수 유권자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 아닐까. 홍 대표를 ‘TK 정치인’으로 받아들일지 여부와는 별개로, 박근혜정부 실패 이후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대구 보수층이 지방선거를 계기로 한데 뭉쳐 자긍심을 되찾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한국당에 반대하는 유권자들로서도 제1야당의 대표가 지역의 원외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방선거 후방 기지로 삼는 구도에 굳이 부정적일 이유는 없을 것 같다. 홍 대표의 한시적 귀환 역시 TK 정치권이 다양화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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