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김부겸과 대구시장선거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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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5   |  발행일 2018-01-05 제23면   |  수정 2018-01-05
[조정래 칼럼] 김부겸과 대구시장선거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의 대구시장선거 출마 여부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신년 여론조사 결과 김부겸이 40% 넘는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일약 ‘핫 맨’으로 등극했다. 다자구도에서 압도적인 1위의 지지율로 2위인 현 권영진 시장과 두 배 수준으로 차이를 벌리는 한편, 가상 맞대결에서는 모두 큰 격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출마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꾸준하게 타진돼 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상존 변수였다. 각지에서 출마를 권유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정작 본인은 극구 손사래를 쳐왔다. 그의 이같은 부정의 진저리는 시장선거와 수성구갑 총선 등 세번의 선거에서 사지(死地) 혹은 험지(險地)에 빠져본 경험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반응임이 틀림없다.

민주당은 호재를 만났다. 김부겸의 출마를 은근히 기대하고 종용했던 민주당이 이제 강요 모드로 전환할 수 있게 된 것. 자칫 보수의 텃밭에서 모험을 감행했다가 어렵사리 획득한 국회의원 자리만 하나 날릴 수도 있다는 적색 경계론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형국이다. 보수의 아성, 대구 경북을 진앙으로 삼아 보수풍을 전국으로 확산하려는 한국당에 맞서 ‘해 볼만하다’는 계산서를 충분히 산출할 만하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이기기 위해서는 다 걸기밖에 없는 외나무다리 쟁투전이나 다름없다. 한국당의 ‘보수 수성’이냐, 민주당의 ‘동진(東進)정책’ 완수냐, 건곤일척의 용호쟁투도 예견된다. 이래저래 대구와 대구시장 선거가 전국적 핫플레이스와 뉴스메이커로 부상했다.

오는 6·13 지방선거는 여야 모두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의미를 갖는다. 민주당의 한 중추로서 김부겸 역시 본인에게 지워지는 짐을 마냥 벗으려고만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지금의 지지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고는 하지만 그것 자체의 확장성은 불가지(不可知)이고, 외래적 변수도 적지 않다. 고려하고 감안해야 할 사안이야 차고도 넘치겠지만 결단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세간에 떠도는 시나리오처럼 등 떼밀려 나와서는 곤란하다. 모양새가 좋지 않고 환영받기도 어렵다. 가든 부든 소신에 찬 결단이 기대된다. 대구사람 10명 중 4명 이상이 원하니 이제 김부겸이 응답할 차례다.

권영진 시장은 재선 도전을 선언하면서 대권도전을 시사했다. 자신의 덩치를 잠재적 대권주자 반열에 올리려는 심산이다. 김부겸의 출마를 상수로 상정하고 한 작심발언이기도 하다. 대구시장 선거 구도를 대권주자 사이의 대결 구도로 가져가면서 일차적으로 한국당 내 경쟁자들을 열외시키겠다는 전략. 이른바 한국의 리더로 커 나갈 수 있는 인사를 대구시장·경북도지사로 뽑아야 한다는 ‘대권주자 프레임’이다. 그럴듯하다. 대구 경북은 지금껏 호남을 제외하곤 유일하게 지역의 시장·도지사 출신 대권주자를 내보지 못했으니. 정치적으로 유력한 틀로 보이지만 이 프레임은 그러나 대구시민의 넓은 스펙트럼을 가두기에는 아무래도 좁다.

한국당 이재만 전 최고위원을 포함한 이진훈 수성구청장 등 다른 대구시장 출마예상자들은 정치보다 경제에 더 무게 중심을 둔다. 이들은 어떻게 하든 대권주자 프레임의 허구성을 까발리려고 할 터이다. 정치과잉이 되고 갑론을박이 도를 넘으면 대구시민의 선택에도 혼란을 준다. 대구시장·경북도지사를 거치게 하자면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도 출마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국민의당과 합당 이후 안철수 대표가 서울이든 부산이든 험지 출마를 강행한다면 유 대표도 모종의 결심을 해야 할 순간을 맞을 수 있다. 차기 대권주자들의 각축전이 되기에는 여전히 시기상조다.

대권주자나 대권주자급이 직접 선수로 출전하지 않더라도 대구시장 선거는 지난 대권주자와 미래 대권주자들의 복심(腹心)이 격돌을 하는 대접전장이 될 전망이다. 대구시민이 마침 보수냐 진보냐 양단 간의 선택을 강요받는 딜레마적 정치지형을 벗어나 있는 건 다행스럽다. 보수에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신설합당 중도보수가 가세하면서 대구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김부겸의 출마 여부는 없는 길도 만들어 간 노무현 로드를 따를지, 아니면 쉬운 길을 찾을지 전적으로 그의 선택에 맡겨둬야 할 것 같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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