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겨울만 되면 고립되는 섬

  •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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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28   |  발행일 2017-12-28 제30면   |  수정 2017-12-28
[취재수첩] 겨울만 되면 고립되는 섬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셋째로 큰 섬이다.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매년 30만명 이상 관광객이 찾고 있다. ‘민족의 섬’ 독도를 방문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울릉도를 방문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뱃길뿐이다. 더욱이 육지와 울릉도를 연결하는 이 뱃길은 겨울철만 되면 상시로 막힌다. 울릉도·독도가 우리의 국토임에도 동해의 외딴 섬으로 전락하고 만다.

포항과 강원도에서 출발해 울릉도로 가는 여객선이 겨울철만 되면 수시로 끊겨 울릉도가 고립되는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주민은 뭍에서, 관광객은 섬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일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12월 들어 육지와 울릉 간 운항하는 여객선은 포항~울릉 정기여객선 썬플라워호(2천394t·정원 920명), 우리누리호(534t·정원 449명) 2척이다. 강원도와 울릉도를 연결하는 여객선은 11월 말 선박 점검을 이유로 내년 2월까지 장기 휴항에 들어간 상태다. 다시 말해 겨울철 육지와 울릉도를 연결하는 항로는 포항~울릉 노선뿐이다.

울릉도를 운항하는 여객선 중 가장 큰 여객선인 썬플라워호가 상시로 운항한다고 해도 한겨울 난바다에서 파도가 칠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뱃길이 막힌다. 12월 들어 27일까지 뱃길이 끊어진 날은 무려 14일이다. 정상 운항한 날보다 결항한 날이 더 많은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썬플라워호는 이달 말까지 운항하고, 내년 1월1일부터는 썬라이즈호(338t·정원 442명)가 2월 말까지 대체운항할 계획이다. 배의 규모와 정원을 감안하면 주민이나 여행객 입장에서 불만이 아닐 수 없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 정기 점검한다고 하니 휴항하는 일을 탓할 수는 없지만 대체 여객선이 소형이라면 결항일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대형 화물선이 취항해 겨울철 생필품 수급에 숨통이 트이면서 고립에 따른 생활불편은 다소 해소됐지만 주민과 관광객의 이동 불편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울릉도는 가기도 어렵지만 돌아오기도 힘든 섬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특히 한겨울 울릉도는 섬 전체가 깊은 동면에 들어간다. 관광객이 울릉도를 찾지 않는 것은 물론 주민도 육지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울릉도를 떠나기 때문에 인적이 드물고 길거리는 한산하다. 예측불허의 바다 날씨 탓으로 포항~울릉도 여객선의 결항이 잦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대형 여객선 및 항공기 취항 등 교통환경을 개선하는 길밖에 없다. 울릉도 주민은 평생 겪고 있는 이동 불편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5천t급 대형 여객선 취항과 울릉공항 조기 건설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울릉도행 대형 여객선의 취항과 울릉공항 조기 건설 등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매년 겨울철만 되면 뱃길이 끊어져 ‘섬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되풀이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교통편의 대책을 관계기관들이 하루속히 마련하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정용태기자<경북부/울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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