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호찌민엑스포·포항지진 통해 본 ‘같이의 가치’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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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27   |  발행일 2017-12-27 제30면   |  수정 2017-12-27
호찌민을 사로잡은 엑스포
경북의 브랜드가치 알리고
부서지고 무너진 지진포항
전국 각지 온정으로 정상화
우리 모두 같이했기에 가능
[동대구로에서] 호찌민엑스포·포항지진 통해 본 ‘같이의 가치’
전영 경북본사 1부장

올 한 해도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다는 말은 매년 이맘때면 나오는 말이지만 올해처럼 어울리는 때도 없었을 것 같다. 포항지진, 대통령 탄핵과 사드 배치, 북한 미사일 발사 등 국내외 정세변화는 시시때때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쳤다.

경북도에는 두 가지를 큰일로 꼽을 수 있다.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과 ‘포항지진’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의 공통점은 ‘같이’다. ‘같이’의 ‘가치’를 깊이 있게 느끼게 했다.

‘호찌민엑스포’는 중앙 정부의 힘을 빌리지 않고 경북도와 경주시, 지방단체들의 ‘같이’가 빛난 행사였다.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시작해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베트남 호찌민에 이른 엑스포의 여정은 지방정부가 해내기에는 다소 벅찬 일이다.

육상과 해상실크로드를 답사하는 과정에서 각 나라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외교’다. 여태껏 우리에게 외교는 중앙정부, 국가의 영역이었다. 그걸 경북 사람들이 힘을 모아 ‘같이’ 해냈다.

호찌민엑스포 개막식에서 캄보디아 부총리는 2006년의 앙코르와트엑스포로 한국과 캄보디아의 거리가 좁혀졌으며, 교류가 활발해졌다고 극찬했다. 엑스포는 과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보수꼴통이 아니라 미래를 예견하고 앞서 달려가는 진취적인 사람들이 해낸 일이다. ‘우리’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았기에 가능했다.

호찌민엑스포로 베트남 국민을 사로잡고 있을 즈음에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일어났다. 건물은 처참하게 파괴되고 수많은 이재민들이 집을 떠나야 했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은 부서진 집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를 생각하기 전에 당장의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야 했다.

그때 우리는 또 한번 ‘같이’의 가치를 보게 됐다.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수능을 1주일 뒤로 연기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포항지역 학생들의 안위를 걱정했다. 중앙정부의 발 빠른 대책이 내려가고 지방정부의 손발이 움직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은 열 일 제쳐두고 현장을 찾았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은 모든 행정의 우선을 포항에 집중시켰다. 중앙과 지방이 ‘같이’ 했다.

이재민들의 이야기가 언론을 타면서 어린이의 코 묻은 돈에서부터 대기업의 성금까지 수백억원이 답지했다. 서울에 사는 구순을 바라보는 할아버지는 평생 모아오던 적금통장을 들고 직접 포항까지 내려왔다. 직격탄을 맞은 포항경제를 살리자는 말에 아직은 겁이 날 법도 한 포항 죽도시장을 찾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포항은 아직 과거의 안정을 찾기에는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차가운 바닷바람도 마다하지 않고 이재민과 함께 몸을 부대끼고 있는 자원봉사자의 환한 웃음이 포항시민들을 다시 웃게 만들 것을 확신한다.

어린 시절에 읽은 우화가 생각난다. 세 명의 길동무가 겨울날 길을 떠났다. 깊은 산속에서 한 친구가 다리를 다쳐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됐다. 한 명은 다친 친구까지 데려가다가는 모두 얼어 죽을 것이라며 혼자 길을 재촉했다. 다른 한 명은 다친 친구를 들쳐업고 힘들게 산속을 헤맸다. 다친 친구를 들쳐메고 가던 이들에게 앞서 가던 친구의 얼어 죽은 모습이 나타났다. 다친 친구를 업고 간 이들은 서로 부대끼면서 땀이 나 차가운 한파를 이겨내고 마을에 다다를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 친구로 한 해를 살아왔을까? ‘같이’했기에 우리의 2017년은 행복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경북도와 포항시,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함께할 수 있어서 더욱 행복했다”는 말도 서로에게 크게 외쳤으면 좋겠다.전영 경북본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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