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진 원장의 건강백세] 마음의 병, 탈영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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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26 07:51  |  수정 2017-12-26 07:51  |  발행일 2017-12-26 제23면
[최강진 원장의 건강백세] 마음의 병, 탈영실정
<의료법인 수성의료재단 영남요양병원>

일이 잘 풀려 승진 잘하고 돈 잘 버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고 망연자실(茫然自失) 정신 줄 놓아 버린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매사 의욕도 생기도 없으며 식욕도 없어 수척해지고 오한(惡寒)이 자주 온다. 안절부절못하고 자학(自虐)하며 신세타령하다 자포자기에 빠진다. 이른바 기울(氣鬱)증상이다. 실제로 지위나 재물을 갑자기 상실하면 두문불출(杜門不出), 은둔·고립을 자초한다. 그러다 중병을 얻기도 하고 자살도 서슴지 않는다. 이를 한의학에서 탈영실정(脫營失精 : 부유하다 가난해지면서 나타나는 병증)이라 한다.

명예나 돈을 잃으면 병이 생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실권(失權) 1년여 만에 병사한 세도가 홍국영(34), 폐위 2개월여 만에 급사한 연산군(31), 재벌해체로 폐인이 되어 눈을 감은 Y총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커피왕 K기업인, 불합격 소식에 투신하는 수험생 등 모두 탈영실정의 대표적 사례다.

탈영이란 높은 신분을 박탈당했을 때 오는 우울증을, 실정이란 부자가 졸지에 망했을 때 처지를 비관하는 것을 말하는데 임상(臨床)에서는 같은 증상으로 보고 치료한다.

영(營)은 영혈(營血)이라 하여 기(氣)에 대응하는 혈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갑자기 천한 지위로 전락하면 영이 빠져나가 외사(外邪 : 열기, 한기, 습기 등 나쁜 기운)의 침범이 없음에도 극심한 충격과 갈등 때문에 마음의 병이 생긴다. 이것이 탈영이다. 즉 영혈이 손상되어 혈맥이 잘 통하지 못하므로 정신적 억울이 오고 분노, 좌절, 비탄에 빠진다.

탈영실정에는 교감단(交感丹)이 명방이다. 이름이 재미있다. 무엇과 교감한다는 말인가. 화(火)기운의 중심인 심장과 수(水)기운의 중심인 신장이 끊임없이 소통·교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향부자·복신 등 구성 약재들을 분석해보면 주로 심장과 신장 쪽으로 들어가는 약재가 아니다. 오히려 심지를 곧게 세우고 긴장을 풀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주는 약재다. 따라서 교감(交感)이란 보통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고 이해하며 마음의 거품을 걷어내어 소박함을 회복하자는 의도다.

즉 마음의 병은 마음으로 다스리는 것이 좋다. 물질과 마음을 동시에 채우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처지가 암담할수록 세상과 높게 담쌓지 말고 오히려 외부활동을 늘려 마음을 툭 터놓고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교감하여 정신적 소외와 사색의 단절을 막아야한다.

침(針)치료는 합곡, 태충, 족삼리, 족임읍, 신문, 내관 등의 혈(穴)이 많이 쓰인다. 이는 막힌 기운을 뚫고 뭉친 울화를 풀어주면서 심신을 안정시키고자 함이다.

누구나 반드시 얼마간의 비는 내리고 어둡고 쓸쓸한 날은 있는 법이다.
<의료법인 수성의료재단 영남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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