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대구상의 회장직 더하기 22개 직책

  • 김진욱
  • |
  • 입력 2017-12-25   |  발행일 2017-12-25 제31면   |  수정 2017-12-25
[월요칼럼] 대구상의 회장직 더하기 22개 직책

1997년 4월 어느날. 필자가 영남일보에 입사한 1991년 이후 가장 당혹스러운 날이었다. 그날은 제16대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일이었다.

당시 영남일보는 석간신문이었다. 오후에 신문을 배포하려면, 중요한 기사라도 오전 11시 전에는 원고를 마감해야 했다. 경제부기자였던 나는 그날, 대구상의 회장을 뽑는 현장에 있었다.

오전 11시쯤 당선자 윤곽이 나왔기에, 당일 신문에 누가 대구상의 회장이 됐는지 기사를 내기로 했다. 나는 초판신문이 나올 오후 1시 이전에 당선자가 확정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채병하 대하합섬 회장이 대구상의 회장으로 선출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마감했다. 이 기사가 실린 신문은 오후 1시쯤부터 대구전역에 배포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때문에 투표절차가 자꾸 지연됐다. 이 때문에 당선자는 오후 4시쯤 확정됐다. 2파전으로 치러진 선거가 아직 진행 중인데, 당선자가 신문에 나온 것이었다. 신문이 배포된 이후 당선자가 확정되기까지 보낸 3시간은 기자로서 내가 경험한 가장 길고, 힘든 시간이었다. 물론 결과는 기사대로 됐다.

기자로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은, 그만큼 대구상의 회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역대 대구상의 회장 선거 중 이때가 가장 치열했다. 당시 대구경제계는 채병하 회장 진영과 상대 후보 진영으로 양분됐다. 후유증도 컸다. 선거 이후에도 앙금이 남아 대구경제계는 화합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경선없이 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채 회장 이후 대구상의 회장을 맡은 노희찬 삼일방직 회장, 이인중 화성산업 회장, 김동구 금복주 회장, 진영환 삼익THK 회장, 모두 추대로 회장이 됐다. 경선의 후유증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다.

내년 3월이면 진영환 현 회장의 뒤를 잇는 대구상의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경선으로 회장을 뽑는다면 요즘 대구경제계가 시끌벅적했을 것이다. 대구처럼 3월에 차기 회장을 뽑는 부산은 3명의 후보가 나서 벌써부터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대구는 조용하다. 추대를 위한 물밑 조율도 아직은 본격화된 것 같지 않다. 진영환 회장이 연임할 수도 있고, 새로운 인물이 차기 회장이 될 것이라는,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만 들린다. 새로운 인물은 주로 이재하 삼보모터스 회장을 말한다. 진 회장이 대구상의 회장이 될 때, 이 회장도 회장을 염두에 뒀지만 양보했기에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거론된다.

대구상의 회장은 대구상공의원들이 뽑는다. 상공인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설사 상공인이 아니더라도, 누가 대구상의 회장이 되는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구상의 회장은 대구경제계의 수장이라는 명예만 갖는 게 아니다. 대구상의에 확인해보니, 회장이 되면 자동적으로 따라붙는 직책이 22개나 된다고 한다. 대한상의 부회장을 비롯해 대구FC 이사회 의장, 대구테크노파크 이사, 대구경북연구원 이사,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명예회장 등의 직책이 대구상의 회장이 되는 순간 동시에 따라붙는다.

따라서 대구상의 회장은 대한상의 부회장 자격으로 서울에서 대구경제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프로축구단인 대구FC의 운영과 지역정책연구 방향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여지껏은 22개 직책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대구상의 회장의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일반인뿐 아니라 많은 상공인들도 대구상의 회장에게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22개 직책이 있는지 잘 모른다. 22개 직책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회장이라면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현안 해결에도 앞장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차기 회장을 추대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지 않은 지금, 22개 직책이 있다는 칼럼을 쓰고 있다. 명예만 누리는 게 아니라 대구발전을 위해 일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 인사가 차기 대구상의 회장으로 추대돼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