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역 출산 저체중아 비율이 전국평균 웃도는 이유는?

  • 최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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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8  |  수정 2017-12-18 08:44  |  발행일 2017-12-18 제6면
대구경북 지역 출산 저체중아 비율이 전국평균 웃도는 이유는?

모녀의 첫 상봉은 ‘눈물바다’였다. 지난 7월 1.29㎏의 사랑이(태명)는 세상을 향해 작은 팔다리를 뻗었다. 32주 만에 태어나 엄마의 손길을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채 간호사에 의해 옮겨진 아이는 나오자마자 인큐베이터라는 또 다른 세상에 몸을 맡겨야 했다. 작은 몸을 들썩이며 숨을 몰아쉴 때마다 사랑이 엄마 정모씨는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당시 정씨는 사랑이의 매일매일이 기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건강한 아이와 만나고 싶은 건 모든 부모의 같은 마음. 하지만 안타깝게도 위 사례처럼 저체중아로 태어나 부모를 애태우는 경우들이 있다. 영남일보는 대구·경북의 저체중아 출생 실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20년간 지역에서 저체중아로 태어나는 아이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작은 몸을 갖고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들의 지난 흐름을 살펴본다.

◆20년 만에 저체중아 비율 두 배 훌쩍

영남일보가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체중별 출생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구·경북지역 출생아 중 저체중아의 비율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체중아는 태어났을 때의 몸무게가 2.5㎏ 미만인 아이로, 정상 범위 체중 아이에 비해 출생 이후 신속하고 세밀한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다.

1996년 전체 출생아의 3.41%에 불과하던 대구시의 저체중아 비율은 지난해 6.07%로 늘었다. 100명 중 3.4명에 불과하던 저체중아가 20년 만에 6명가량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1996년 3.09%에서 지난해 5.87%로 늘어나 비슷한 흐름을 보였지만, 대구시의 저체중아 비율은 전국 평균과 수치가 같았던 2006년을 제외하고 항상 평균을 웃돌았다.


전체 출생아 20년새 급감 불구
대구1100여명, 경북 1290여명
저체중아 수에는 큰 변화 없어
1.5㎏미만 극소저체중아 비중
대구가 전국 시·도서 가장높아

“산모 연령의 증가가 주된 원인
의료 환경 열악한 대구 주변서
고위험 임부 출산 위해 대구行”



경북에서도 저체중아 비율 증가 현상은 뚜렷이 나타났다. 1996년 3.46%에 머물렀던 저체중아 비율은 시나브로 올라 지난해 6.29%가 됐다. 지난해 경북의 저체중아 비율은 같은 시기 모든 시·도 중 가장 높았다.

극소저체중아의 경우 대구의 지표는 두드러졌다. 극소저체중아는 태어난 시점 몸무게가 1.5㎏을 넘지 않는 아이들로, 각종 합병증이 쉽게 발생하고 패혈증 등에 걸릴 위험도 높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대구의 전체 출생아 중 극소저체중아 비율은 0.87%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았다. 2015년에도 0.85%를 기록해 타 지역 평균(0.70%)을 웃돌았다. 2006년까지는 전국 평균과 비교해 엇비슷하거나 더 낮았던 대구의 극소저체중아 비율은 2007년을 기점으로 평균을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평균 연간 증감률을 비교해 보면 지난 20년간 전국에서 극소저체중아 비율이 평균 0.026%포인트씩 늘어날 때 대구는 0.034%포인트씩 늘었다.

1996년 대구의 극소저체중아 비율은 0.18%로 1천명 중 1~2명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천명 중 8~9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는 1천명 중 1~2명꼴에서 지난해 1천명 중 6~7명꼴로 비교적 증가폭이 작았다.

◆대구·경북 저체중아 비율 왜 높을까

대구·경북의 저체중아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 지역 의료 관계자들은 분분한 의견을 냈다. 동산의료원 신생아집중치료센터 김천수 센터장(소아청소년과)은 “뚜렷한 이유를 찾기 위해선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지만 우선 대구·경북의 잘 발달된 의료환경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며 “대구에는 고위험임부를 다룰 수 있는 의료기관이 집중돼 있어 예부터 인근 지역 임부들이 쏠리는 현상을 보여왔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울산· 대전 등지에서도 출산 때문에 대구를 찾았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정지은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신생아적인 문제보다는 산과적인 원인이 클 것으로 추정되는데 저체중아 비율 증가를 야기할 수 있는 요인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수치도 함께 고려하면서 비교해야 정확히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의 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경북 북부의 산과 수용 능력이 비교적 낮은 걸로 알고 있다. 대구 주변에 의료환경이 열악한 지역이 많아 타지의 고위험임부들이 출산하기 위해 대구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저체중아의 비중이 늘어난 것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산모 연령의 증가가 주된 이유로 추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 센터장은 “예전에는 20대 중반이면 출산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30대 중반에 출산하는 산모가 많다. 고령산모가 늘어난 만큼 고위험임신이 많아졌고 태아의 발육상태에도 영향을 미칠 확률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는 또한 지난 20년간 전체 출생아 규모 자체가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저체중 출생아 수는 비슷하게 유지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도 해석된다. 지난 20년 동안 대구의 전체 출생아 수는 1996년 3만6천954명에서 지난해 1만8천298명으로 절반 이하 줄었다. 경북은 같은 기간 3만6천627명에서 2만616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저체중아 수는 대구가 1996년 1천260명에서 지난해 1천110명, 경북은 1996년 1천269명에서 지난해 1천296명으로 20년간 그 수의 증감이 크지 않았다.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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