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향나무

  • 이하수
  • |
  • 입력 2017-12-12   |  발행일 2017-12-12 제31면   |  수정 2017-12-12

달성공원 가이즈카향나무는 이를 뽑아내자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리를 받으며 공원의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달성공원뿐만 아니다. 가이즈카는 전국의 주요 공원과 정원에 조경수로 식재돼 있다. 국회에도 있으며 심지어 각처의 항일기념 유적지에도 넘쳐난다. 달성공원의 가이즈카는 그 식재과정이 매우 굴욕적인 데다 전국에 숱한 가이즈카향나무가 식재되게 한 시발점이기에 대표적인 일제의 잔재로 지목되며 가장 큰 미움을 받고 있다.

향나무잎은 처음 나왔을 때는 바늘잎(針葉)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비늘잎(鱗葉)이 된다. 어릴 때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날카로운 모양을 하고 있다가 좀 커서 단단해지면 나뭇잎 본연의 광합성작용과 증산작용을 능률적으로 할 수 있는 형태로 변하는 것이다. 이는 아까시나무가 가시로, 화살나무가 날카로운 날개로 여린 가지를 보호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가이즈카향나무는 어린 잎 때부터 날카로운 바늘잎이 아니라 부드러운 비늘이 나오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정원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원산지인 오사카부의 가이즈카시에서 이름을 땄다. 부드러운 잎을 가진 향나무 종(種)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 향나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 학자도 있다. 원래 가이즈카에는 향나무가 없었으며, 그 향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불교가 전해지면서 함께 따라 들어간 향나무라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원산의 향나무를 바늘잎이 없는 것만 선발해 여러 대에 걸쳐 재배 및 잎의 특징을 고정시켜 놓았다는 해석이다. 바늘잎이 좀체로 나타나지 않는 현재의 가이즈카향나무도 못 견딜 정도로 가지를 잘라주다보면 바늘잎이 나온다는 게 그 근거라는 것. 이 주장이 맞다면 가이즈카향나무는 독립된, 왜향나무가 아니라 그냥 우리나라 향나무의 한 품종이 된다. 향나무는 섬향나무·눈향나무 등과 함께 측백나무과(科) 향나무속(屬)에 속한다. 향교나 서원, 오래된 한옥을 지키고 있는 나이 많은 향나무를 마주하면 참 선비가 지녔을 듯한 지조와 향기가 느껴진다. 새로 조성된 정원이나 화단을 장식하고 있는 향나무는 이들 나이 많은 나무와는 다른 섬향나무·눈향나무 등이다.

낙엽수(落葉樹)의 잎이 모두 떨어져 향나무와 같은 상록수가 돋보이는 계절이다. 달성공원의 가이즈카향나무도 어느 계절보다 더 눈길을 끈다. 이토 히로부미의 오만과 야욕, 대한제국 황제에 대한 멸시가 묻어 있는 이 향나무의 운명은?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