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인공지능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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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2 08:08  |  수정 2017-12-12 08:08  |  발행일 2017-12-12 제25면
[문화산책] 인공지능과 인간
제갈덕주<경북대 한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인공지능을 ‘인간의 지능이 가지는 학습, 추리, 적응, 논증 따위의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대부분의 인공지능 관련 정의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적 접근은 피부로 잘 와닿지 않는다. 이럴 때 우리는 언어습관을 통해서 그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공이란 자연물이 아니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때 인공이란 곧 ‘기계’라는 의미이다. 현대사회에서 기계 가운데 가장 우수한 기계는 로봇과 컴퓨터이므로, ‘인공’은 결국 로봇과 컴퓨터의 복합체를 의미한다. 한편 지능이란 ‘똑똑하다’는 뜻이다. ‘지능이 높고, 낮다’라는 표현에서처럼 ‘지능’은 지적 수준을 나타내는 말이다. 인공지능에서는 ‘지능이 높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얼마나 똑똑해야 똑똑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 사람만큼 똑똑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인공지능’은 결국 ‘사람만큼 똑똑한 컴퓨터 로봇’이라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소 어떤 사람을 똑똑하다고 말하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게 두 유형의 사람들을 똑똑하다고 부를 것이다. 첫째는 시험문제를 잘 푸는 사람이고, 둘째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이다. 전자는 사고력이 뛰어난 사람이고, 후자는 언어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렇게 본다면 컴퓨터에게 지능이 생겼다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과 ‘언어 구사 능력’이 생겼다는 의미가 된다. 컴퓨터는 암기력과 연산능력이 무척 뛰어난 기계이다. 하지만 컴퓨터는 ‘문제 해결 능력’이나 ‘언어 구사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컴퓨터보다 똑똑한 인간이 컴퓨터의 사고방식과 언어를 습득해서 컴퓨터에게 과업을 지시해 왔다. 이들이 바로 컴퓨터공학자와 프로그래머들이다.

2013년 기계가 스스로 자가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관계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논리화한 ‘알고리즘’과 언어학습에 필요한 ‘시소러스’ 그리고 ‘빅데이터’를 컴퓨터에 주고 학습시키자 컴퓨터가 인간의 사고방식과 언어를 습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만간 컴퓨터가 인간의 문화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컴퓨터가 인간만큼 똑똑해졌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그러다가 컴퓨터가 더 많은 학습을 하게 되면 언젠가 인간보다 똑똑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 당장은 인공지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시기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학문이 바로 ‘로봇공학’ ‘컴퓨터공학’ ‘수학’ 그리고 ‘언어학’이 아닐까 싶다. 제갈덕주<경북대 한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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