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인도주의 치료에서 정신재활 치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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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2 07:58  |  수정 2017-12-12 07:58  |  발행일 2017-12-12 제19면
[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인도주의 치료에서 정신재활 치료까지
<곽호순병원 원장>

18세기 무렵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인 피넬은 “의사가 인간인 것과 마찬가지로 정신병 환자도 인간이므로 인간이 인간을 돌본다는 인도주의적 대우로 정신과 환자들을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넬은 1793년 자신이 근무하던 비쉐트르 병원에서 정신병 환자들의 족쇄를 풀고 인도적 대우에 의한 치료를 위해 노력했다. 정신의학에서의 첫 번째 혁명적인 사건으로 손꼽는다.

1900년 초 프로이드는 인간의 마음을 분석했다. ‘인간의 마음은 무의식에 의한 지배를 받으며 모든 정신 활동은 다 그 이유가 있다. 다만 감춰져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고, 많은 정신적 문제를 정신 분석을 통해 치료하고자 했다. 정신분석학은 인간의 마음을 치료하는데 그 영향력이 대단했고 지금까지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가 두번째 혁명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1960년경 새로운 개념의 치료적 혁명이 일어난다. 아주 우연히 어떤 약물이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약물은 바로 신경전달 물질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후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마음은 뇌 활동의 결과’라는 주장까지 하게 된다.

이 이론에 힘입어 많은 물질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 물질들이 바로 정신 약물이다. 현재 우울을 치료하는 항우울제, 불안을 치료하는 항불안제, 정신병을 치료하는 항정신병 약물, 인지 기능 저하현상을 치료하는 인지 기능 개선제, 들뜬 기분을 안정시키는 기분 안정제, 처진 기분을 활성화시키는 각성제 등의 정신 약물들이 마음의 치료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획기적 치료개념이 세 번째 혁명적 사건이다.

네 번째 혁명적 치료 개념은 바로 ‘정신 재활 치료’이다. 중증의 정신질환은 심리·입원·약물 치료 등을 통해 일부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으나 완치는 어렵다. 완치란 증상의 호전뿐만 아니라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바로 정신재활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조현병 같은 중증의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이 사회 속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치료 개념이 바로 정신재활 치료다. 이를 ‘사회정신의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현재는 정신재활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사회 기술 훈련, 직업 재활, 재활 사례 관리, 거주지 재활, 가족 개입, 자조 집단 프로그램 등 많은 프로그램이 정신재활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이 사회정신의학에서 추구하는 정신재활이야말로 중증 정신 질환으로 우리 곁을 떠났던 사람을 다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치료다. 너무 아쉬운 것은 정작 치료의 대상이 되는 많은 조현병 환자들이 정신재활 치료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곽호순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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