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팀 8명은 돼야 제대로 된 심장수술”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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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2 07:26  |  수정 2017-12-12 07:26  |  발행일 2017-12-12 제8면
■ 대구 대학병원 전문의 부족
국가심장수술센터 설립하면
공동수술·연구 등 진행 가능

이달 초 대구지역 한 대학병원에서 심장 수술이 실시됐다. 이례적으로 이 병원의 흉부외과 교수와 임상교수, 전임의가 모두 수술에 참여했다. 얼마나 대단한 수술이길래 흉부외과 구성원이 총출동했을까. 현실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대학병원에 흉부외과 전공의가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모든 전문의가 함께 참여해 스태프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대구지역 4개 대학병원의 공통된 현실이다.

9명의 흉부외과 전문의가 있는 대구 A대학병원의 미래는 암담하다. 일반흉부외과 전문의를 제외하면 실제 심장 전문의는 5명에 불과하다. 문제는 5명의 전문의 가운데 적어도 3명은 10년 안으로 퇴직한다.

7명의 흉부외과 전문의가 있는 대구의 B대학병원은 더욱 심각하다. 일반흉부외과를 제외하면 실제 심장수술이 가능한 전문의는 4명에 불과하다. 이들 흉부외과 전문의 중 3명은 응급실 등 외상환자를 돌보는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 이 대학병원도 10년 내로 3명의 흉부외과 전문의가 퇴직하게 된다.

지역 대학병원에서 흉부외과 의사가 부족해 전문의가 월 평균 열흘 이상 당직을 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역 의료계는 최소 10~15년 지나면 대구에서 제대로 된 심장수술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심지어 응급상황에서 환자가 심장 수술 전문의를 찾기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하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역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국가심장수술센터 대구 설립’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대구에 국가심장수술센터가 설립되면 경북대병원·계명대 동산병원·영남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 등 지역 대형병원들이 공동으로 심장수술 및 관련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24시간 365일 언제든지 심장수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업비 422억원이 소요되는 심장수술센터는 60병상을 비롯해 수술실 4개와 심장검사실 1개, CT·MRI 등을 갖추게 된다. 지하 2~지상 3층 규모다.

이를 통해 대구·경북에서도 심장환자를 언제든지 수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쏠림 현상을 최소화하고 의료기관 경영수익 개선·투자 확대·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선순환 체계 구축도 가능하다.

하지만 2013년 6월 추진된 국가심장수술센터 설립은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내년도 예산에 ‘국내심장분야 지역의료 인프라 분석 구축 연구 용역비’ 2억원을 배정한 게 그나마 성과다.

이장훈 영남대병원 교수(흉부외과)는 “가령 한 대학병원에서 최소 8명의 심장 전문의와 흉부외과 전공의가 한 팀을 이뤄야 제대로 된 심장수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대구지역 어느 병원도 이같은 규모의 팀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역 의료서비스 붕괴를 막기 위해 ‘국가심장수술센터 설립’에 정부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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