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인줄 알았더니…외국인 예능을 점령하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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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1   |  발행일 2017-12-11 제23면   |  수정 2017-12-11
한국문화 이해 바탕 뛰어난 예능감 뽐내
유창한 한국어로 원활한 소통 인기비결
각종 토크쇼·관찰예능 등에서 ‘맹활약’
메인 MC 맡거나…웹 프로그램 오픈도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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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예능 프로그램에 외국인 바람이 거세다. 한국인 못지않은 말솜씨와 한국문화에 익숙한 외국 출신 방송인이 각종 토크쇼와 관찰 예능에 등장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을 상대로 한 예능까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중 일부는 예능 프로그램의 메인 MC자리까지 꿰차며 웬만한 국내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케이블, 예능 시청률 벽을 넘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핀란드 4편은 시청률 5.955%(수도권 가구/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 동시간대 유료매체 시청률 1위를 찍었다. MBC 에브리원 관계자는 “2049 여성 시청률이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해 더욱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주 방송되었던 핀란드 3편이 기록한 최고 시청률 4.867%를 1% 이상 뛰어넘는 역대 최고 시청률이다. tvN이나 JTBC의 경우 시청률 10%를 넘어선 히트 프로그램들이 종종 등장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케이블 프로그램 시청률은 여전히 1%가 아쉬운 게 현실이다. 그 점에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매체 다변화에 따른 채널 수의 증가와 케이블 채널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재미와 볼거리만 있다면 얼마든지 시청자를 흡수할 수 있음을 새삼 증명했다.

‘한국은 처음이지?’는 난생 처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가이드 하나 없이 오로지 자신이 짠 계획으로만 여행하며 겪는 우여곡절과 함께 외국인들의 시선에서 보는 한국의 모습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연출을 맡은 문상돈 PD는 “한국을 전혀 모르는 이방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가 궁금했다”며 “배낭을 메고 한국을 돌아다니는 외국인들은 ‘도대체 뭘 보려고 한국에 왔을까’라는 생각으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선한 활력소 역할

외국 출신 방송인들의 예능 프로그램 등장은 이제 너무나 친숙하고 자연스럽다. 더 이상 호기심이나 관찰의 대상이 아닌, 당당히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들 스스로 일회성으로 소비되지 않기 위해 남다른 노력과 열정을 기울인 결과다.

외국인이 참여하는 예능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KBS ‘미녀들의 수다’(2006)였다. 여기서 배출된 사유리 크리스티나 등은 이미 준스타 반열에 올랐고, 이후 주말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샘 해밍턴, 샘 오취리, 파비앙 등은 국내 연예인과 마찬가지로 기획사에 소속돼 활발한 연예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한국 거주 15년차 샘 해밍턴은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불릴 만큼 존재감을 인정 받고 있다. “잘 때도 한국말로 잠꼬대를 한다”는 그는 현재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에 출연 중이다. 최근 가나 출신 샘 오취리와 함께 자신들의 이름을 딴 ‘투샘티비’(TwoSamTV)라는 웹예능 채널도 오픈했다. ‘투샘티비’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주로 보는 가이드북의 정보를 현장 검증해 한국 여행 팁을 전해준다.

JTBC ‘비정상회담’을 통해 얼굴을 알린 한국 거주 9년차 샘 오취리는 현재 tbs eFM ‘맨온에어’를 진행하고 있다. 또 네티즌 사이에서 ‘프랑스어 할 줄 아는 피부 하얀 한국인’으로 통하는 파비앙은 능숙한 한국어는 물론 한국문화까지 완벽에 가깝게 인지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예능의 주류로 부상

‘미녀들의 수다’가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의 시작과 함께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시즌 2를 준비 중인 JTBC ‘비정상회담’은 외국인 예능 전성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미녀들의 수다’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을 대거 전면에 내세운 토크쇼 형식의 ‘비정상회담’은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에 대한 적나라한 토크와 세계 각국의 문화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로 흥미와 관심을 유도했다. ‘비정상회담’ 시즌 1의 연출을 맡았던 김희정 PD는 “젊은층을 겨냥한 새로운 토크쇼를 만들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고민이나 꿈에 대한 이야기를 세계의 청년들과 함께 나눠보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한 예능 프로그램의 주류는 관찰 예능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행을 소재로 한 포맷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의 경우만 보더라도 해외 여행객이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이는 일견 당연해 보인다. 주목할 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처럼 역발상을 꾀한 포맷이 인기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고향 친구들을 초대하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큰 이슈를 끌자 이후 비슷한 포맷의 예능이 유행처럼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달 11일엔 tvN ‘서울메이트’가, 28일에는 MBN ‘헬로우, 방 있어요?’가 새롭게 전파를 탔다. ‘서울메이트’는 국내 연예인이 호스트가 되어 외국인 친구들과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헬로우, 방 있어요?’ 역시 연예인들이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를 직접 운영해 보는 관찰 프로그램이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예능이 인기를 끄는 건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해외의 젊은 K-pop 세대와 국내 외국인 수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며 “특히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아예 토론이 가능할 정도로 소통이 원활해진 것도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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