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환경과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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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1 08:17  |  수정 2017-12-11 08:17  |  발행일 2017-12-11 제22면
[문화산책] 환경과 조형물

조형물 심의를 하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 수십 년 동안 도시 공간에서 환경 조형물의 문제점이 수없이 거론됐지만 현실적으로 거리에 나가 보면 크게 달라진 모습은 없는 것 같다.

유럽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도시를 재개발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예술과 환경을 접목시키는 제도를 만들면서 환경조형물이 등장했다. 미국의 경우 20세기 초 대공황 시기에 예술가들의 실업구제 수단으로 ‘1%법’을 제정했다. 1%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건립할 시 건축비의 1%에 해당하는 경비를 환경조형물 설치에 활용해야 한다는 제도로, 도시환경 개선과 예술가들의 창작활동 개선이라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도 1970년 이 제도를 수용해 문예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조형예술 분야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 과거 기념비적 동상과는 달리 환경조형의 인식이 정립되었고, 다양한 조형물이 등장하면서 도시의 조형적 아름다움의 중요성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조형물 설치는 건축주의 개인적 취향과 저렴한 비용의 문제로 주변 경관이나 환경여건에 부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 특정 예술가들만의 선정으로 조형물의 다양성이 결여되어 조형적 예술이 획일화되는 문제점들을 가져왔다.

과거의 제도가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수정되고 재정비되고 있으나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관에서 시행하는 조형물을 심의하다 보면 조형물 사업 공모에 참여한 팀들은 거의 상업적으로 활동하는 사업체이고 작가들이 직접 참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자체에서 공고한 환경조형물 공모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여러 자격조건이 필요하다. 공모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공모사업에 맞는 사업체 등록이 필요하며, 유사한 규모의 공모사업에 참여한 실적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가 1년에 한두 번 공고가 나는 환경조형물 공모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조형물 관련 사업체 등록을 해야 한다. 고정적인 공모사업이나 수익이 있으면 사업체 등록을 하겠지만 1년에 한두 번 있을 사업에 사업체등록을 한다는 것은 작가에게 부담이다. 다른 지역의 경우 환경조형물은 물론 기타 문화예술 사업부문에서 작가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제도적으로 참여 조건을 완화하거나 개선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관에서 시행하는 사업의 공정성을 위하여 행정적으로 더 많은 수고와 노력이 따르지만 한번 설치되면 긴 시간 동안 함께해야 하는 환경조형물 제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도시환경예술이 아름다워야만 한다는 편견도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예술은 대중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대중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하광석<미디어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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