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밥상머리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대상 최창훈씨 가족 수기

  •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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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1 08:04  |  수정 2017-12-11 08:04  |  발행일 2017-12-11 제19면
“함께 밥 먹는 즐거움 느낀 아이들, 생활·식습관 변하기 시작”
20171211
‘제4회 밥상머리교육 우수 사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최창훈씨 가족이 지난 7일 오후 자택에서 함께 다과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영남일보는 대구시교육청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후원한 ‘제4회 밥상머리교육 우수 사례 공모전’을 진행했다. 공모전을 통해 우수작으로 뽑힌 작품 19편 중 일부를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이번 공모전에서 영광의 대상을 받은 최창훈씨는 자녀들과 식사를 자주 하면서 밥상머리교육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함께 하는 식사 시간이 늘면서 자녀를 진심으로 칭찬하고 나무랐는데, 이 과정을 통해 더 온전한 부모로 거듭났다고 고백하고 있다. 다음은 최씨가 쓴 수기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1. 우리처럼 맞벌이하는 가족에겐 모두 함께 모여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자녀 인성 교육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밥상머리 교육은 다들 바쁘게 사는 현대에 과연 그림의 떡인가 싶었다. 아내와 나는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온 가족이 함께 밥 먹는 시간을 늘려 보기로 했다.아내는 아침 밥하는 횟수를 늘렸고, 나는 퇴근 후 늘 있던 술자리의 유혹을 뿌리치고 귀가하여 가족과 함께 밥 먹는 시간을 늘렸다. 또 아내는 아이들 사진을 식탁에 붙여 각자의 지정석을 만들었다. 우리 가족은 함께 밥 먹는 즐거움을 자주 느끼게 되었다.


맞벌이 중에도 가족 식사 늘리려 노력
식탁에 각자 사진 붙여 자리 지정해주자
돌아다니거나 딴짓하던 행동 크게 줄어
외적보상 아닌 자존감 높여주기 위해
특별하게 잘한 일 있을 땐 ‘가족 상장’



#2.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식습관과 생활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우선 함께 밥 먹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간의 대화가 많아졌다. 큰애는 학교와 학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로 부모와 대화를 하며, 내일은 현장체험을 가고 모레는 학예회를 한다는 등 자랑을 늘어놓기 바빴고, 작은애도 이에 질세라 자기도 누구와 어디서 함께 놀았던 이야기를 하며 어린이집 친구들의 이름을 늘어놓기 바빴다. 또 아이들은 예전에 먹기 어려워했던 채소나 밑반찬도 조금씩 먹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지정된 자리가 생기면서부터 밥 먹을 때 돌아다니거나 딴짓을 하던 행동이 눈에 띄게 확연히 줄어들었다.

#3. “이번엔 별표 몇 개예요?” 불과 얼마 전까지 큰애가 엄마에게 자주 물었던 말이다. 큰애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엄마와 약속을 했는데,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하면 별표를 하나씩 얻을 수 있었고, 별표가 10개 되면 학교 앞 문구사에서 갖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었다. 교육에 있어 보상 자체는 훌륭한 수단이지만 큰애의 경우는 외적 보상에만 집착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칭찬 보상을 그만하라고 제안하였다. 아내와 나는 아이들이 잘한 일이 있을 때 지금보다 더 구체적인 칭찬으로 아이들 스스로에 대한 성취감을 찾아주고, 특별히 잘한 일이 있을 때는 가족 상장도 만들어주자고 의견을 나눴다. 아이들에게 외적 보상보다 내적 보상이 더 큰 선물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줘야겠다는 의지에서였다.

#4. 이후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용준이 혜성이 덕분에 집안이 정말 깨끗해졌어. 아빠(엄마) 혼자 할 땐 힘들었는데 오늘은 힘들지도 않고, 용준이 혜성이도 아빠(엄마)를 도와주어 너무 뿌듯할 거 같아”라고 하며 청소를 도와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움의 뜻과 진심 어린 칭찬을 했다. 특별하게 잘한 일이 있을 때 주려고 했던 가족 상장은 지난달 추석 때 두 아들 모두 받았다. 큰애는 ‘청소대장상’, 작은애는 ‘나눔상’을 받고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가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판단하고, 잘한 점은 자랑하고 잘못한 점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큰애는 일기에 구체적인 칭찬 내용을 쓰면서 앞으로 더 많은 칭찬을 받겠다는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것들은 성장하는 내 아이들에게 보상 중심이 아닌 스스로 발전 중심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었고, 그것이 결국 내 자녀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내도 나도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5. 지난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큰애가 엄마에게 혼나고 있었다. 들어보니 큰애가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자기 마음에 드는 선물을 자유롭게 골라 가질 수 있다는 규칙을 정해두었나 본데, 학원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큰애는 규칙을 잘 몰라서였는지 자기 마음에 드는 물건을 선생님께 말씀도 안 드리고 그냥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이런 것을 바로잡아주는 게 부모의 몫이라면 내가 직접 나서서 따끔하게 혼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급기야 체벌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나는 이제껏 아이들을 키우면서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체벌을 막상 하려고 하니 500원짜리 메모지 하나가 일을 이렇게나 크게 벌이고 있는 건가 싶은 마음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순간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하지만 자녀 교육 차원에서 ‘엄부(嚴父)’로 변해야만 했다. 이윽고 나는 가족 간의 약속과 자녀 교육을 위해 이를 악물고 큰애를 체벌했고, 그렇게 한바탕 소동을 벌인 우리 가족은 한동안 서로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다음날, 큰애는 학원에 가서 선생님께 지난밤의 일을 말씀드리고 용서를 구했다.

우리네 삶에서 가족들과 소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 하물며 식물도 자주 들여다보고 돌봐주어야 잘 자랄 수 있고, 동물도 자주 관심 가져주는 주인을 잘 따르는 게 기본인데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우리의 모든 자녀가 더 넓은 사회로 나가기 전에, 가정이라는 따뜻한 공간 속에서 온전한 부모의 사랑과 관심으로 훌륭하게 성장하길 바라고 또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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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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