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그룹 지배구조 손본다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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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1   |  발행일 2017-12-11 제2면   |  수정 2017-12-11
최종구 금융위원장 ‘셀프연임’ 제기
BNK·KB금융 승계과정 또다시 갈등
DGB회장도 거취 논란…점검 가능성
금융그룹 감독 혁신단 설치…팀 구성
20171211
최종구 금융위원장

정부가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칼을 빼들었다.

금융위원회는 11일 ‘금융그룹 감독 혁신단’을 설치한다고 10일 밝혔다. 혁신단은 지배구조 투명성과 제도 개선업무를 맡는 ‘지배구조팀’과 통합감독 정책 등을 책임지는 ‘감독제도팀’ 등 2개 팀으로 구성된다. 지배구조 관련 위험 요인을 평가하는 지배구조팀은 평가 기준과 체계를 마련, 매년 2~3개 금융그룹을 종합 평가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적한 금융지주 회장들 연임 관행에 대해서도 손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CEO 스스로 (자신과)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며 현 금융그룹 회장들의 ‘셀프연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감독제도팀은 내년 초 통합감독 모범규준 초안을 공개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해 통합감독 대상 금융그룹을 확정할 방침이다.

금융위가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이유는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 승계과정에서 제도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현재 국내 금융그룹들은 특정 대주주가 없는 지배구조 탓에 CEO 선임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KB금융지주는 2008년 지주회사 출범으로 CEO가 은행장에서 지주회사 회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역할분담이 명확하지 않아 갈등이 생겼고, 신한금융지주는 2010년 9월 지주회사 회장직 승계를 둘러싼 갈등이 고소·고발로 번져 지주회사 회장, 사장, 은행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제정하고 CEO 경영승계 원칙과 추천절차 등을 명확하게 하는 제도를 갖췄지만 최근 BNK금융지주나 KB금융지주 등의 CEO 승계과정에서 또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제도는 마련됐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도 사외이사 면담 등을 통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금융위 개혁방안을 마련 중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오는 20일쯤 최종권고안을 통해 금융위원장에게 금융권 인사와 CEO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운영 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현재 노동조합 등이 추천하는 인사가 금융기관 이사회에 이사로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나 주주제안제를 포함해 금융권 CEO추천·선임 절차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당장 내년 3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새 CEO 선임절차에 들어가는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CEO 추천과정 등을 면밀히 점검하게 될 것”이라며 “DGB금융그룹도 현재 회장의 거취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하나금융지주보다 먼저 점검 대상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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