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개國 포괄하는 中경제회랑…참여 계획조차 없는 대구·경북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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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9   |  발행일 2017-12-09 제6면   |  수정 2017-12-09
용의 등에 탈 것인가 먹힐 것인가
중국의 장기전략 일대일로
유럽과의 열차 운행 연 3천건
전세계 주요 6개 회랑 건설중
견제하던 미국마저 참여의사
경기 SICO 동북아센터 유치
대구경북은 전략부재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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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리커창 부총리(앞줄 왼쪽 둘째)가 지난달 28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일대일로 협력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환딤히거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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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계획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일대일로’의 연장선에서 실시된 유럽과의 열차 운행이 연간 3천건에 달하는 것은 물론 일대일로를 견제하던 미국마저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다음 주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일대일로가 중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총 64개 국가를 포괄하는 경제회랑이 구축돼 44억명의 인구와 전 세계 무역량의 23.9%에 달하는 거대 경제권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6개의 대규모 ‘경제회랑’ 건설

일대일로 전략이란 육로를 연결한 ‘일대(一帶)’를 지칭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일로(一路)’를 가리키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로 구성된 것으로, 2013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순방 중 처음 제시했다.

일대일로의 핵심은 경기 부양과 아시아 신흥국 인프라 투자를 통한 중국 내 과잉투자 해소다. 또 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주변 자원 부국들로부터 자원을 쉽게 조달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중국은 이를 위해 전 세계에 6개의 ‘경제회랑’(Economic Corridor)을 건설 중이다. 경제회랑은 주요 경제권을 철도와 도로 등 물류망을 중심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6대 경제회랑은 △중국∼몽골∼러시아 △신 유라시아 대륙 교량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인도차이나반도 △중국∼파키스탄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다.

이 중 ‘신 유라시아대륙 교량’은 유라시아대륙 횡단열차 운송 시스템의 중간 교량을 지칭한다. 중국 르자오·롄윈강 등 항구도시에서 동서부를 잇는 롱하이란씨엔철도와, 시안과 신장을 잇는 베이장(北疆) 철도라인을 통과해 신장 국경을 넘어 네덜란드, 벨기에까지 연결된다.

6대 경제회랑 가운데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을 비롯한 일부 프로젝트는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2015년 4월 시진핑 주석 방문을 계기로 파키스탄 과다르항에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까지 3천㎞ 구간에 철도, 도로, 가스관을 건설하는 460억달러 규모의 경제회랑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다. 최근엔 중국과 태국을 철도로 잇는 사업에도 시동이 걸렸다.

◆발빠른 경기도…경북도는 표류

이에 우리나라 지방정부 가운데서는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관련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유엔(UN) 협력기구 실크로드국제문화경제무역합작교류조직(이하 SICO) 동북아센터가 경기도 평택에 입주하기로 한 것. 이에 한·중 경제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황해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중국 베이징에서 이화순 황해청장과 샤링성(夏令生) SICO 부주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SICO 동북아센터를 평택항에 설치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ICO는 일대일로 사업을 위해 중국의 금융·펀드·기업들이 출자해 스위스 제네바에 공식적으로 등록한 비정부국제조직이자 UN 협력기구로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는 국가 간 문화, 경제·무역 등 각 분야 교류업무를 담당한다.

사무국은 대규모 차이나타운(중국친화도시) 조성이 추진되고 있는 평택 현덕지구에 설치된다. 경기도는 이 지역에 SICO 사무국이 들어서면 옛 실크로드 무역항의 한 곳이었던 평택항은 일대일로 관문 중 한 곳이 돼 중국은 물론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국가 간 무역·문화교류의 동북아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해청은 또 이날 협약에서 SICO 동북아센터 설치 외에 SICO 측이 일대일로 연관 투자유치 시 우대하고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하기로 했으며, SICO는 회원 기관 및 관련 국가에 경기도의 투자유치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로 했다. 두 기관은 공동사업 발굴, 한중 물류 발전을 위한 포럼 또는 세미나 개최에도 합의했다.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일대일로 참여를 위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동해 물류중심도시를 선언했던 경북도의 전략은 표류하는 모습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환동해 전략은 아직 선언 수준에 불과하다. 당초 동해안발전본부에서 맡았다가 최근 미래추진단으로 업무가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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