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정치판 인적쇄신 막는 ‘학력·학벌 강박’의 덫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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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9   |  발행일 2017-12-09 제1면   |  수정 2017-12-09
학연 카르텔…때론 적폐 씨앗
“고학력 엘리트에만 권한 집중
지방분권 앞 고민해야 할 문제”

정치판, 아니 우리 사회에서 ‘학연’이 갖는 위력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단지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갑자기 ‘우리가 남이가’가 되고 카르텔을 형성하기도 한다. 때론 적폐의 씨앗이 되기도 하는 게 바로 학연이다.

최근 대구 특강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 학연 문제를 노골적으로 거론했다.

홍 대표는 “과거 대구시장을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당시 정치권 유력인사가 A고등학교 후배를 대구시장 시키려고 못 내려오게 했다”고 말했다. 물론 홍 대표 본인의 주장이나 넋두리겠지만 시사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A고 출신’을 ‘TK(대구·경북) 성골’의 한 조건으로 봤으니 말이다.

정치권에선 학연 문제에서 더 나아가 ‘학력·학벌 강박증’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실제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적잖은 출마예정자들이 학력이나 학벌에 대해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출마 예정자들의 이력은 여러 경로를 통해 상세하게 유권자들에게 공개된다. 학력과 학벌 중심사회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정치인들에겐 학력과 학벌이 여전히 민감한 문제인 듯하다.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지식을 쌓고 공부를 하는 것은 백 번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간판 강박’이나 콤플렉스로 인한 학벌·학력 쌓기는 씁쓸함을 넘어 깊은 공허함을 남긴다.

우리는 지방분권 시대를 앞두고 있고 양원제 도입 논의도 하고 있다. 지방분권 시대에도 지금처럼 고학력 엘리트들에게 권한을 몰아주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정치인들에게 학력과 학벌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이 시점에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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