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의 뮤직톡톡] 재즈가 뭐예요?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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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8   |  발행일 2017-12-08 제39면   |  수정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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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초보자들은 어떤 음악부터 들어야 하나요?”

재즈 공연 투어를 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다. 처음에는 ‘어떤 음악’에 갇혀 고민하다가 대답 대신 “재즈 듣기 어려우시죠”라면서 다시 질문을 하게 된다.

참 막막한 일이다. 재즈가 들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동안 연습하고 연주해 온 나조차도 재즈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재즈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전체 인구의 5% 정도가 재즈를 즐긴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대구에는 과연 어느 정도의 애청자가 있을까?

지금까지 서양음악이 조선에 유입되는 과정과 서양의 종교음악이 우리의 근대음악에 미친 영향에 대해 글을 써 오다가 뜬금없이 재즈스토리로 선회하게 된 이유가 있다. 재즈의 변천사가 곧 서양음악의 변천사라 할 정도로 그 안에 너무나 다양한 음악 장르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종교음악에서 파생된 서양음악의 여러 장르에 대한 진화과정을 재즈를 통해 터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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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부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루이 암스트롱.

최근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의 내한공연도 봇물 터진 듯 열리고 있다. 지난 시절 미8군에 한정된 공연에 비하면 엄청나게 확대되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재즈는 어렵다. 복잡하다. 명색이 재즈 뮤지션이란 나도 고가의 공연료를 지불하고 재즈 공연을 관람하는 중에 졸기도 했다. 적절한 예가 될지는 모르지만 몇 년 전 헤겔의 ‘미학강의’라는 책을 보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재즈 공연장에서 잠들 듯 책을 보다가 꾸벅한 것이다. 칸트 등 언급된 철학자의 이론체계에 대한 이해 부족 탓인지 솔직히 영어보다 우리말이 더 어렵게 다가왔다. 철학적 기본기가 부족했던 탓이다. 그렇게 서양철학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플라톤의 ‘이데아’를 만나게 된다. 미학강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칸트를 알아야 하고 칸트를 읽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철학이론에 정통해야 된다. 마찬가지로 재즈의 기원과 발전, 진화과정을 알지 못하면 지금 가장 핫한 세계적인 재즈 공연을 봐도 비싼 자장가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인문학자들이 ‘고전을 읽으라’고 한다. 그처럼 재즈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미국 흑인의 역사, 그리고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백인들의 음악에 대한 이해, 흑인의 노동요에서 어떻게 블루스가 등장하고 그게 어떻게 가스펠과 재즈로 굽이쳐가고 거기서 어떻게 로큰롤이 탄생할 수 있었는가를 이해해야 될 것이다. 재즈는 브라질 삼바를 만나 보사노바를 잉태한다. 재즈는 미국 뉴올리언스 흑인의 뮤직에서 출발했지만 이젠 전 세계의 뮤직이 되었다.

재즈라는 장르는 빠져들기 참 어려운 음악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발을 디뎌놓으면 그 강력한 마성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치명적 매력을 갖고 있다. 나의 목표는 비록 돈은 보장되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그 재즈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작정 들으라 하면 누가 시간과 돈을 지불하며 듣겠는가.

“다른 음악 장르도 많은데 왜 하필 재즈냐”고 묻는다면 나는 “근대 대중음악의 씨앗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아무튼 2018년 신년벽두에는 ‘봉선화’의 작곡가 홍난파와 백만장자 백명곤의 노력으로 탄생된 한국 첫 재즈밴드인 ‘코리아재즈밴드’ 등 한국의 재즈탄생 이야기부터 풀어볼 작정이다.

재즈드러머 sorikong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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