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원전과 수도권 이기주의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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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7   |  발행일 2017-12-07 제35면   |  수정 2017-12-07

포항 지진 이후 갑자기 의아해졌다. 왜 수도권엔 원전이 없고 유독 경북지역에만 원전이 몰려 있는지에 대한 의문 말이다. 기상청이 한반도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강력한 3대 지진이 모두 경북에서 발생했다. 최대 강진(强震)이 지난해 경주 지진(규모 5.8)이고 둘째는 지난달 발생한 포항 강진(규모 5.4), 그 다음이 2004년 울진 해역에서 일어난 규모 5.2의 지진이다. 역대 10대 강진을 톺아봐도 수도권은 비껴나 있다. 두 번은 백령도 해역에서 발생했지만 북한과 가까운 백령도는 수도권과는 거리가 멀다.

원전 안전만 따진다면 당연히 지진이 빈발하는 경북보단 수도권에 원전을 건설하는 게 맞다.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2.0 규모 이상 지진 635건 중 45%가 경북에서 일어났다. 월성 원전과 방폐장이 자리 잡고 있는 경주에서만 180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유인창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는 “영남지역은 단층이 잘 발달돼 있어 지질구조상 지진이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영남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원전을 건설하면서 단층 조사는 필히 했을 터이다. 그런데도 활성단층이 많은 경북지역에 원전을 집중 건설한 건 아이러니다. 전기 사용량도 수도권이 압도적으로 많다. 배전(配電)의 효율성을 감안하더라도 수도권 원전 건설이 합리적이다.

다시 사드를 생각해보자. 우여곡절 끝에 성주에 사드가 배치됐지만 수도권을 방어하진 못한다. 수도권 방위는 우리나라 안보의 시작과 끝이다. 당연히 사드는 수도권에 배치되는 게 상식적이다. 수도권을 방어할 수도 없는 곳에 그 난리를 치면서 사드 배치를 밀어붙인 속내를 도무지 가늠하기 어렵다. 원전과 사드의 공통분모는 주민들이 기피하는 시설이라는 점이다. 한데 수도권엔 원전도 사드도 없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혐오스럽거나 위험한 시설은 지방에 내려 보내고 소프트파워의 이득만 향유하겠다는 ‘수도권 이기주의’가 답일 듯싶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신규로 원전을 건설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가설에 불과하지만 원전 확대를 주장해온 수도권 보수언론이 수도권에 원전을 짓자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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