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열려라 참깨, 오픈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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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7   |  발행일 2017-12-07 제34면   |  수정 2017-12-07
제4의 물결 추구하는 대구
유연한 라이프 스타일이
생각틀 바꾸는 것을 넘어
구체적 삶의 양식으로서
현실적 정책에 반영돼야
[여성칼럼] 열려라 참깨, 오픈 대구
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 소장)

올해 대구를 칭하는 말 중 가장 인상적인 말은 ‘강(江)의 도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답답한 방에 창문을 낸 것처럼 마음이 시원해졌다. ‘분지의 도시’로 불리는, 그릇에 잠긴 것 같던 대구의 이미지가 부서지고 일순간 사통팔달의 길이 뚫리는 개방적인 모습으로 바뀌는 듯하다.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이러한 이미지 전환이 어떤 의미를 지니며 어떤 기대를 불러오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개방적인 태도는 창의적인 발상에 자유롭고, 다양함에 대해 관용적이며, 소외가 줄어드는 배려의 혜택을 입을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이런 기대감만으로도 공동체의 행복감은 높아진다.

‘오픈 대구’ 역시 말의 힘에 기댄 문구로 최근 개최된 글로벌 포럼의 주제다. 대구의 훌륭한 자산들을 현재로 이끌어내 보다 쓸모 있게 만들 수 없을까를 고민하는 단체가 있는데, 이름하여 ‘창조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이 단체에서 개최한 글로벌 포럼은 ‘오픈 대구: 제4의 물결’로 ‘특별 세션’ ‘기회의 도시’ ‘참여의 도시’ 즐거운 도시’ 등 총 4개의 분과로 구성되었다. 오픈 대구 글로벌 포럼은 지역 고유의 문화 자산과 그에 대한 여러 질문을 시민 모두가 공유하는 종잣돈으로 삼아서 강의 도시처럼 활달한 도시를 만들어가자는 제안이 담겨 있다. 또한 이 포럼은 도시의 고유함이 곧 경제적인 지형을 만들어가는 핵심 자산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강조하는 취지를 담은 것이기도 하다. 주제에서 제시된 ‘제4의 물결’은 4차 산업혁명을 떠올리기 쉽지만 여기에 한정되지는 않고 창의적인 힘의 물결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취지에 더 적합하다. 행복하고 즐거운 기분이 결국 좋은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관계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보다 개방적이고 관용적이 된다는 긍정의 전망을 담아낸 문구다. 이 행사에서 ‘즐거운 도시’ 분과의 좌장을 맡은 덕분에 예술 분야와 인접하면서도 다른 분야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해 보다 많이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여기에서 논의된 골목 경제와 라이프 스타일 그리고 도시 주거 공간의 설계 등이 개방적인 ‘강의 도시’ 이미지와 이중 삼중으로 중첩되면서 그 의미가 상당히 구체화되었다.

제4의 물결로 생각하는 도시는 더 이상 농촌과 도시로 구분되는 장소가 아니다. 도시 자체가 하나의 미적인 형식이고 도시를 메우고 있는 내용은 삶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고 핵심적인 산업자본이 되는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은 더 이상 한 개인의 개성이나 유행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형식을 대표하는 이 시대의 감성 형식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골목에 늘어선 상권, 살 공간을 함께 설계하는 것, 각자 삶의 필요에 따라 공간을 쉽게 변형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건물을 품앗이로 짓는 것 등 유연하기 그지없는 창의적인 협업의 방식이 이 라이프 스타일의 주된 내용이 되는 것이다. 유연하고도 개성적인 라이프 스타일은 생각의 틀을 바꾸는 이미지로만 머물지 않고 우리의 구체적 삶의 양식으로서 현실적인 여러 정책에 반영되어야만 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라이프 스타일이 형성되는 현장에서 이해당사자 서로가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식을 ‘리빙 랩’이라 부른다. 리빙 랩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당사자 간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피드백 방식으로서 삶의 필요에 따라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생활 속의 실험실’이라고 할 수 있다. ‘리빙 랩’ 속에서 ‘강의 도시’ 이미지가 구체적인 삶의 모양을 얻기 위해서는 이제 유기적인 관계와 일관성에 대한 감각을 회복해야만 한다. 기술 중심의 원자화된 태도에서 벗어나, 기술기반이되 협업과 문제 해결형의 인간이 그 중심에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보다 개방적이고자 하는 오픈 대구의 주문 ‘열려라 참깨’의 효력은 사람 중심의 소규모 공동체의 공유 자산을 상호관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는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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