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헨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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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7 08:19  |  수정 2017-12-07 08:19  |  발행일 2017-12-07 제30면
[문화산책] 헨델 이야기

지금부터 270여 년 전에 이런 음악회 광고문구가 있었다고 한다. ‘연주회장에 오실 여성들은 스커트 안에 버팀살을 착용하지 말고, 남성들은 칼을 차지 말기 바랍니다.’

당시 유럽은 로코코 시기로, 더 잘록한 허리, 더 볼륨감 있는 엉덩이, 더 세련된 머리스타일을 위해 가발이나 장식도구를 사용하는 등 서양 복식사에 있어서 귀족과 부르주아의 사치스러움과 화려함을 보여주는 때였다. 프랑스에 비해 영국의 로코코는 실용적인 면을 강조했으나 남녀 복식사에 있어 그 세련미와 과장됨이 극에 달했던 그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연주회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공간을 차지하는 복장 스타일을 제한한 문구였다. 그것은 바로 헨델의 ‘메시아’ 연주를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1685년은 후기 바로크를 대표하는 바흐와 헨델이 동갑내기로 독일에서 태어난 해다. 바흐가 종교음악에 집중한 반면 헨델은 독일과 이탈리아, 영국 등 여러 나라를 무대로 하며 대중이 원하는 맞춤식 창작 음악을 함으로써 음악을 보급하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헨델을 ‘시대의 흐름을 탄 작곡가’ ‘시대를 앞서간 음악가’라고도 한다. 오페라 작곡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던 그가 50대에 오라토리오라는 장르로 선회하면서 그의 명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오페라와 달리 오라토리오는 무대장치나 의상, 동작 등이 필요 없고 관현악 반주에 종교적·도덕적 내용의 가사를 바탕으로 한 합창과 중창, 아리아 등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에는 그의 천재적 음악성뿐 아니라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어 매우 흥미롭다. 50대 후반의 헨델이 연주시간만 해도 2시간이 훨씬 넘는 총 53개 곡을 한 달도 채 안 되어서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런던 초연 시 국왕 조지 2세가 ‘할렐루야 코러스’의 연주에 감격하여 일어나 모든 관객이 함께 기립하였다는 일화 이후, 거의 3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이 곡이 연주되면 청중이 기립하는 전통이 남아 있다.

우리는 연말이 되면 ‘메시아’ 공연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다. 이것은 1742년 더블린 초연 당시, 공연 자체가 자선음악회여서 그 수익의 대부분은 자선사업 기금으로 쓰였고, 그것이 관례화되어 지금까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웃에게 더 큰 관심과 사랑, 그리고 위로의 음악으로 이 시즌에 많이 연주된다.

앞서 본 광고문구가 나에게는 ‘신분과 지위 다 내려놓고,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음악 앞에 겸손하게, 음악만이 존재하는 시간으로의 초대’라고 하는 것 같다. 인류 공존의 지혜로 모든 곡에 생명력을 세심하게 불어넣은 헨델이 살던 300년 전, 그곳으로 가만히 시간 여행을 해 보고 싶다.심은숙 <대구시립합창단 부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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